오춘동 원로 목사의 마지막 소원
입력 2010-08-15 14:27
[미션라이프] “삼각산(북한산)은 한국교회의 ‘기도의 동산’ ‘능력의 봉우리’라고 불리던 곳입니다. 수많은 성도들이 이곳에서 하나님과 만나려고 기도의 줄을 붙잡았지요. 삼각산에 기도 소리가 다시 넘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서울 방학1동 영천감리교회 오춘동(84·대한예수교기도원총연합회 총회장·사진) 원로 목사의 목소리에 꺾이지 않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지난 10일은 그가 삼각산 기도원 복원 투쟁에 나선 지 언 40년. 파리한 얼굴에 낮은 목소리였지만 노(老) 목사에게는 보이지 않는 힘이 실려 있었다.
“삼각산 곳곳에 기도원이 다시 세워져야 합니다.”
오 목사의 기도원 복원 투쟁은 박정희 정권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목사에 따르면 1968년 11월 서대문경찰서는 사전 계고장도 없이 경찰관 100여명과 인부 350명을 동원해 오 목사가 운영하던 브니엘기도원과 유관순 기념교회 등 19만 8000㎡(6만여평) 37개의 기도원을 강제 철거했다. 철거 사유는 군(軍)작전 지역이고 무허가 건물이라는 것.
하지만 오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계는 기도원 소재지가 군 작전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 냈다. 또 무허가 건물이라는 것도 기도원 철거를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회 대정부질의를 통해 드러났다.
“이 지역 내 일반 건물과 불교 관련 7개의 암자, 사찰도 모두 무허가였는데 이들에겐 한번도 철거 요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도원을 철거한 자리에는 용화사 구복암이라는 암자를 비롯, 12개의 사찰을 지어졌고요. 일종의 ‘종교 편향’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오 목사의 계속된 투쟁에도 불구하고 기도원 복원 반대의 초침은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수년에 걸친 소송과 복원 운동이 전개됐는데도 정부나 교계의 반응도 크지 않은 편이다. 최근 현재의 땅 주인과의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12억원 상당의 경기도 포천 땅과 교환해 기도원을 건립하려는 시도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후 삼각산은 침묵의 골짜기로 변해 버렸다. 90년대 말 등산로를 제외한 출입이 통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삼각산을 자연휴식년제와 특별보호구역으로 만들어 2000년 1월1일부터 현재까지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젊은 시절 삼각산에 올라 금식기도 끝에 관절염을 치료받은 체험을 했다는 오 목사는 “내 마지막 소원은 삼각산의 기도 소리를 다시 들으며 한국교회 성장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님께서는 분명하게 “기도 외에는 이런 유(귀신·질병·문제·고통·대적하는 영들…)가 나갈 수 없느니라(막9:14∼29)”고 말씀하고 계신다”며 “나라와 민족, 교회의 위기 때마다 기도가 끊이지 않았던 삼각산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