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해야” “박 前대통령 친필 유지” 논란 끝에… 고종 당시 현판 글씨로 복원

입력 2010-08-13 18:28

광화문의 얼굴인 현판은 몇 차례 곡절을 겪었다.

1968년 12월 콘크리트 광화문을 건립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쓴 친필 현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듬해 3월 자신이 새로 쓴 현판 글씨를 바꿔 걸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2005년 1월 현판 교체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유홍준 당시 청장은 정조의 어필(御筆)이나 추사 김정희, 석봉 한호의 글씨를 집자(集字)한 한자 현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한글 관련 단체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현판을 한글로 해야 한다거나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등 반론이 잇따랐다.

그러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대에 소장된 1900년대 광화문 유리 원판 사진을 확인한 결과, 1865년 고종 중건 당시 공사감독관이자 훈련대장이었던 임태영(任泰瑛)의 글씨라는 사실이 드러나 원형 복원을 추진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2년여간 자문위원, 서예가들과 10여 차례 회의를 거쳐 올해 5∼6월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해서체 현판 글씨를 디지털 복원했다. 가로 4.2m, 세로 1.35m인 현판은 강원도산 육송으로 만들어졌다.

글씨를 새겨 넣는 각자(刻字) 작업은 중요무형문화재 각자장 오옥진씨가 맡았고, 서예가 5명이 글씨체의 획과 삐침 등을 고증하며 도왔다. 이후 흰 바탕에 글씨는 검은색으로 칠하고, 테두리를 단청하는 도색을 거쳤다.

2007년 광화문 해체 공사 때 내려진 박 전 대통령 현판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