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자들과 오프더레코드 점심 왜?… 불만 많은 출입기자들 달래기

입력 2010-08-13 18:3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오프더레코드(off-the-record·비보도전제) 점심을 함께했다. 취임 이후 기자들과 이런 비공식적 식사는 처음이다. 까닭은 다름 아닌 기자들 달래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출입기자 10여명을 초청, 햄버거로 점심을 같이했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식사였다. 그동안 출입기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데 상당히 불만스러워했다. 게다가 매일 대통령을 밀착 취재하는 출입기자들보다 칼럼니스트나 유명한 TV프로그램 진행자, 작가 등과의 인터뷰가 훨씬 많았다. 이런 상황은 백악관 공보팀과 출입기자단 사이에서 늘 내연하는 갈등 요소로 작용돼 왔다.

마사 쿠마 토우선대학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그의 기자회견 횟수는 전임 대통령들보다 훨씬 적다. 취임 후 1년6개월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36회 회견을 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 기간에 66회,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54회였다. 또 소수의 출입기자들과 간단한 일문일답은 지금까지 67회로 집계됐다. 재임기간 중 기자회견은 부시 205회, 클린턴 356회, 아버지 부시 93회였다.

오프더레코드 점심은 오바마 대통령의 홍보 전략의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진보성향 칼럼니스트나 학자 등과 이런 식사자리를 많이 가져왔다.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히고 의견을 듣고, 구하곤 했다. 정치전문 인터넷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점심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손을 뻗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전반적으로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느낀 여러 소회를 기자들에게 솔직히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이번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공식 설명은 없었지만 오프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 유명 인사들이 참석하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주최 연례만찬에 2008년부터 참석하지 않았다. 행사가 너무 오락 위주인 데다 취재원들과 불필요한 유착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