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집시촌 철거 방침에 유엔 “인종차별 말라” 맹공격

입력 2010-08-13 18:27

유엔과 프랑스가 인종차별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로마(Roma)’라고 불리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출신 집시들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강경대응 조치가 쟁점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도시지역에서 폭력사태가 잇따라 발생하자 집시 공동체에 대한 강경 조치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게 발단이 됐다. 프랑스 정부는 2주 동안 집시들의 야영지 300여곳 중 40여곳을 철거해 이 가운데 700여명을 본국으로 송환키로 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프랑스에는 약 40만명의 집시가 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에도 집시 9875명을 추방했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프랑스 인종차별 관련한 청문회에서 “프랑스에선 지금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현상이 부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또 다른 위원은 “집시들에 대한 프랑스의 조치들은 2차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했던 비시정부 시절을 기억나게 한다”고 꼬집었다.

법률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청문회 첫날인 지난 11일에도 “프랑스 정부는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프랑스 정부를 날카롭게 공격했다. 이 위원회는 최종 논의결과를 오는 27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173개국이 비준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조약’을 감독하는 기구다.

프랑스 정부는 집시들에 취해진 조치들은 법적 근거가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2007년 유럽연합(EU) 가입 당시 체결된 협약에 따라 이들 국가 출신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해 7년간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실업상태에 놓여있거나 사회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는 이들 국가 출신 이민자들을 자신의 나라로 보내는 것도 협약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이민부의 프레데릭 두블레는 “모든 조치들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함께 자발적 귀환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취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집시 공동체들에 대한 국내 허가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맞섰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