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인사 특징, “업무 연속성” 절반이 내부승진… ‘王차관’ 논란 가열

입력 2010-08-13 21:05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단행한 23명의 차관·차관급 인사는 취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부터 ‘차관급 인사가 너무 적체돼 있다’는 여론이 정부 내에서 들끓었던 점을 고려한 인사이기도 하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임기가 1년6개월이 넘은 부처와 장관 승진으로 차관 자리가 공석이 된 부처를 중심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내정자 중 절반이 넘는 13명 정도가 승진 기용됐다. 육동한 총리실 국무차장,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 내정자 등이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1·2차관, 차관급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모두 내부에서 승진됐다. 조각 멤버인 정종환 장관이 유임된 데 이어 4대강 사업 주무 부처인 국토부로서는 경사가 겹친 셈이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는 각각 최측근을 차관으로 발탁했다. 안상근 총리실 사무차장 내정자는 김 후보자의 서울대 농업교육과 1년 후배로 이강두 의원 보좌관을 거쳐 김 후보자 밑에서 경남도 부지사를 역임했다. 김해진 특임차관 내정자 역시 언론사를 그만둔 뒤 이 후보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인물이다.

국방부 차관급 인사는 국방 예산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재정부 출신으로 ‘실세 차관’으로 통했던 장수만 차관이 방위사업청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차관에는 이용걸 재정부 2차관이 이동해 왔다. 장 내정자는 조달청장 출신이고, 이 내정자는 예산 및 재정분야 전문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40조원에 달하는 국방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과 각종 무기 구매 관행에 대한 대통령의 개선 의지”라고 설명했다.

하향 자리 이동도 눈에 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장관급이 차관급으로, 차관급이 1급 자리로 이동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인사에서도 그런 특징이 일부 나타났다.

김 대변인은 “같은 차관급이라도 외청장을 거쳐서 본부 차관으로 들어가는 게 관례지만 민승규 농림부 1차관이 농촌진흥청장으로, 장수만 차관이 방위사업청장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내정자 역시 관선을 포함해 부산시 교육감을 세 차례나 역임했으며 장관 후보에도 올랐었다.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김창경 교육부 2차관 내정자는 둘 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영남권 출신이 11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충청 강원 호남이 각 3명이다. 지난 8 일 개각에서는 새로 내정된 8명의 국무위원 중 4명이 영남 출신이었다. 김 대변인은 “부처별로 출신지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한 게 있으면 실장급 후속 인사에서 맞추겠다”고 말했다. 출신대학을 보면 서울대가 5명으로 가장 많고 고려대와 경북대가 4명씩이다.

이처럼 영남 출신 중용과 측근 기용 등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이 친정체제 강화라는 ‘8·8 개각’ 특징을 차관 인사에서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남도영 엄기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