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손님 ‘초강세 엔화’… 원화도 함께 뛰어 의미 퇴색

입력 2010-08-13 18:21


“엔화 가치만 올라갔으면….”

엔화 가치가 최근 한때 달러당 85엔 선이 무너지는 등 연일 초강세다.

엔화 강세는 상대적으로 일본 기업과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기업에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화뿐 아니라 원화까지 강세 추세를 보이면서 자칫 엔고 효과가 탈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新) 엔고·원고라는 낯선 환경에 대처하면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엔화 강세는 글로벌 경기가 불투명해지자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일본의 국채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11일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84.70엔까지 떨어져 1995년 7월 4일(84.57엔) 이후 최저치(엔화 가치는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으로 당분간 엔고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13일 엔화값이 향후 달러당 82∼90엔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에게 엔고는 반가운 손님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엔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1분기 엔화 환율이 90엔을 오르내릴 때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웃돌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이승준 과장은 “금융위기 극복의 견인차인 수출 증가는 엔화 강세가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엔고 원저’가 ‘엔고 원고’ 조합으로 바뀌고 있다. 6월 10일 달러당 1251원 하던 원화는 지난 9일 1160.1원으로 떨어졌다. 최근 미국 경기둔화 움직임에 1186원대까지 올랐지만 13일 1183.8원으로 내려갔다. 게다가 한국 경제의 견조한 회복세에 따라 원화 환율 하락 추세가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 경제전망 조사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내년 원화 환율이 1010원, 2012년에는 977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연구원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현재 일본에 대한 수출 경쟁력 제고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고에 따른 채산성 강화 효과를 온전히 따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선진국 시장의 침체와 원고에 따른 엔고 효과 감소로 인해 수출동력이 힘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엔고 원고’ 움직임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어차피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더 뛰는 구조여서 기업들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품질 경쟁력이나 마케팅에 대한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