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사면 분석… 前정권과 앙금 털고 기업인엔 경제살리기 메시지

입력 2010-08-13 18:13

정부가 13일 발표한 광복절 사면 대상자는 노무현 정부 주요 인사 4명, 전직 국회의원·공직자·지방자치단체장 59명, 경제인 18명, 외국인 및 불우 수형자 27명을 포함해 2493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절반 남긴 시점에 정부는 민생 사면보다 정치 사면에 무게를 뒀다.

노건평씨,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김원기 전 국회의장,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고 노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인사 4명이 포함됐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최기문 전 경찰청장,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참여정부 고위 공직자 22명도 함께 사면됐다. 지난 정부와의 구원(舊怨)을 어느 정도 털고 가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서청원 전 의원, 김노식 전 의원 등 친박연대 관련자 3명도 명단에 올랐다. 2008년 총선 이후 구속된 서 전 의원의 경우는 재임 중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사면하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의 원칙에서 벗어나지만 친박계 요청을 받아들여 막판에 포함됐다.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 전 의원은 심근경색증, 돌연사 위험, 디스크 등 지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른 정치인으로는 김현미 박종웅 이부영 김종률 권정달 배기선 전 의원 등이 사면됐다.

기업인 가운데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김인주 전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 등 삼성특검 관련자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대표 등이 들어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국가 경제에 끼친 해악이 크고. 국민감정이 아직 사면을 용인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제외됐다.

몸이 아픈 불우 수형자와 외국인 등 27명도 사면됐고, 현 정부 출범 이전에 징계를 받은 전·현직 공무원 5685명은 징계가 면제됐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와 포용의 분위기 속에서 국력을 하나로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취임 100일 및 2008년, 2009년 광복절 그리고 지난해 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원 포인트 사면’ 등 이번까지 5차례 사면을 실시했다. 이 대통령이 서 전 의원 사면처럼 스스로 공언한 원칙을 깬 것과 관련해 ‘대국민 용서·화합’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사면권이 행사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