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아리랑, 재즈로 들어보셨나요”… 순회공연 끝낸 나윤선, 7집 ‘세임 걸’ 들고 귀국

입력 2010-08-13 18:04


가수는 노래를 따라간다고 한다. 재즈가수 나윤선(41)은 2008년 낸 6집 ‘Voyage(항해)’를 내고 그 이름처럼 독일 프랑스 등 19개국을 돌아다녔다. 전세계 순회공연을 끝낸 그는 다시 국내로 돌아왔다. 17일 발매를 앞둔 7집 ‘세임 걸(Same Girl)’을 들고.

12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나윤선을 만났다. 그는 2009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 또한 유럽 재즈계에서 평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평단의 극찬이나 수상 경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매우 수줍어하며,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이라는 답변이었다.

“저는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마법에 걸린 주인공이 인생의 참뜻을 알아가는 내용이에요. 그는 처음에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해서 죽으려고 하지만 나중에는 매일 열심히 살면서 그걸 즐겨요. 저에게도 그래요. 음악이 너무 좋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죠. 매일매일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은 타 장르의 음악과 크로스오버를 시도해 다양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1번 트랙 ‘마이 페이버릿 싱스(My Favorite Things)’는 지금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녹음한 곡이지만, 아프리카 악기 칼림바로 연주돼 전혀 색다른 곡 같다.

“우연히 파리 가게에서 칼림바를 발견하고 어떻게 이런 악기가 있는지 놀랐어요. 집에서 매일 장난을 하다가 친구들 앞에서도 보여주고 연주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고, 아예 앨범을 이 악기로 연주하기로 결정했죠.”

6번 곡 ‘강원도 아리랑’은 그의 자유로운 목소리 안에서 재즈로 다시 태어났고, 미국 록 그룹 메탈리카의 강렬한 곡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은 한층 부드러운 곡조로 변해 록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재즈는 다양한 뮤지션들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국악엔 문외한이지만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다양한 음악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7세에 ‘뒤늦게’ 음악을 시작하겠다고 결정할 당시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재능에 대한 확신, 미래에 대한 불안은 그를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갈증이 더 컸다. 지금도 음악이 너무 절실하다. 가끔은 한계에 부딪쳐 좌절하고, 연이은 해외 공연에 몸이 지쳐도 이 모든 것이 감사할 정도다.

“어느 날, 비행기를 하루에 3번 탄 적이 있어요. 몸이 말을 안 듣고 이러다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싶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와중에 너무 감사한 것 있죠. 많은 공연, 다양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니 난 정말 운이 좋다는 감사요. 그래서 저는 불평할 수 없어요. 뮤지션에게 쉬고 편하게 살라는 건 고역이에요 정말.”

이선희 기자, 김소라 대학생 인턴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