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이드북 안녕∼ 트래블앱이 뜬다

입력 2010-08-13 18:07


‘론리플래닛’ ‘러프가이드’ ‘타임아웃’ 등 세계적인 여행정보 서적을 펴내고 있는 영국 출판계가 근심에 빠졌다. 여행정보 서적 판매가 급감 중이다. 원인은 스마트폰이다.

러프가이드를 출간하는 마크 엘링엄은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출판계도 음악 산업처럼 디지털 시대에 격변을 치르게 될 거라고 말해 왔지만, 그 중 여행정보 서적이 가장 크고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서적엔 런던 테이트미술관에 전시된 앙리 마티스의 작품 ‘달팽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스마트폰은 카메라로 그림을 찍기만 하면, 불과 몇 초 안에 해설은 물론 마티스의 생애까지 알려준다. 미술관 밖으로 나와 밀레니엄브리지 주변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쭉 훑으면 깔끔한 숙소, 맛있는 식당, 세일 중인 가게, 교회, 우체국까지 화살표와 함께 뜬다. 그 중 한 곳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사진을 볼 수 있고, 길 안내까지 한다. 이 모든 게 공짜인데, 여행정보 서적이 왜 필요하겠는가.

영국 출판 산업 분석업체 닐슨북스캔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 출간된 여행정보 서적의 평균 판매부수는 1500부다. 2007년에 비해 18%나 줄었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2007년에 비해 -27%를 기록했다. 러프가이드 프랑스편은 2008년 1만1943부가 팔렸지만, 지난해엔 6561부에 그쳤다.

돌파구는 있다. 지난 4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을 때 론리플래닛 유럽판 애플리케이션(앱·사진)이 불과 4일 만에 무려 420만회나 다운로드됐다. 홍보를 위해 공짜로 뿌리긴 했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확인한 론리플래닛은 지난주 증강현실 기능이 들어간 앱을 내놓았다. 러프가이드도 올 하반기부터 앱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FT는 “북한처럼 여행객이 드문 지역이나 캠핑·식당처럼 주제별로 묶은 책처럼 틈새시장은 아직 존재한다”면서도 “여행객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에 올리는 여행 체험과 정보가 많아질수록 여행정보 서적이 사라지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