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도전의 삶’ 한림성심대 이석원 교수… 시인, 복서 그리고 수필가

입력 2010-08-13 18:07

“무언가를 급하게 쓰기보다는 천천히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2005년 시인으로 등단해 시집 ‘슬픈 할머니’를 출간한 이석원(55) 한림성심대학 행정학과 법학교수가 이번에는 수필가가 됐다. 문학 계간지 현대시문학 봄호에 ‘앞집 아줌마’ 등으로 수필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것. 12일에는 등단패도 받았다. 교양과 기품을 갖춘 앞집 아줌마를 동경해 왔지만 정작 앞집 아저씨는 나의 아내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법학교수인 그의 ‘돌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교수는 지난 2월에는 전국생활체육 복싱대회 60∼65㎏급에 최연장자로 출전,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당시 이 교수는 최연장자에게 보장된 부전승도 마다하고 열띤 승부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이 교수는 “복싱은 혼자서도 쉽게 연습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중학교 때 복싱을 했던 경험이 있어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니 교수직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 그는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수업에 전념하고 글 쓰는 일은 틈틈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인 데뷔는 그동안 메모해둔 생각을 다듬어놓는 습관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술을 마시면 메모지에 떠오른 생각들을 적는 습관이 있다”며 “다음날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고 때로 아까운 생각들이 적혀 있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수필을 쓰게 된 것은 좀 더 쉽고 자유로운 글을 쓰고 싶은 바람 때문. 그는 “요새 학생들을 보니 단 한 권의 시집도 사보지 않은 경우도 있더라”며 “사람들에게 좀 더 쉽고 자유롭게 다가갈 수 있는 게 수필이 아닌가 생각했고, 꼭 남에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내 생각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써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틈틈이 써놓았던 글을 모아 문예지에 보낸 것이 운 좋게 당선된 것일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급하게 여러 편의 글을 써서 출간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좋은 글들을 모아 펴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말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