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파워실린 스윙 이승엽… 부드러운 스윙 이대호

입력 2010-08-13 18:05

이대호(28·롯데)가 12일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 7경기 연속홈런을 침으로써 이승엽(34·요미우리)의 기록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승엽의 여러 홈런 기록 중 한개만 넘어섰을 뿐이다. 홈런타자로서 이승엽과 이대호를 맞비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이승엽은 1997년 첫 홈런왕에 오른 뒤 2003년까지 5차례 홈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03년에는 아시아신기록인 56개의 홈런을 친 뒤 이듬해 일본으로 진출했다. 이대호도 물론 2006년 이후 최다 홈런을 친 최고의 슬러거임에는 틀림없다. 2006년에는 1984년 이만수 이후 첫 타격 3관왕에 오를 만큼 정교함까지 겸비했다.

이승엽이 홈런을 노린 타격을 한다면 이대호는 정확성에 역점을 둔 타자다. 이승엽의 스윙은 앞쪽 오른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며 시작된다. 체중을 실어 강한 타구를 날리는 폼이다. 자신이 노린 코스에 볼이 들어오면 영락없이 홈런으로 연결된다.

반면 이대호는 다리를 높이 들지 않고 골반과 허리 회전으로 스윙을 한다. 부드러운 스윙이다. 따라서 원치 않는 코스에 볼이 들어오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은 이승엽을 앞선다. 이대호도 본인의 말처럼 자신은 홈런타자가 아니라고 한다. 정확히 갖다 맞히는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고 했다. 그의 타구는 대부분 라인드라이브성으로, 정확히 맞춘 타구가 힘이 실려 홈런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홈런을 노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타율을 2할5푼, 삼진 200개를 각오하면 50홈런을 칠 수 있겠다. 하지만 팀 사정상 그럴 수 없다.”

이대호의 타격이 홈런보다 정교함 위주로 된 데는 팀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롯데는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로 불릴 만큼 타 선수와의 편차가 컸다. 팀 성적이 우선이어서 이대호 혼자 홈런에만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타와 출루가 먼저였다.

반면 이승엽은 당시 양준혁 마해영 김한수 등 해결사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홈런에만 집중하면 됐다. 이승엽은 전성기에 삼진도 가장 많이 당한 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멕시코 출신 가르시아와 두산에서 홍성흔이 롯데 타선에 가세하면서 이대호가 처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올들어 홍성흔이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이대호와 1,2위를 다툴 정도이고 홈런 4위 가르시아도 이대호의 타격부담을 들어주고 있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난 이대호가 벌써 36개의 홈런을 쳐내며 ‘7년만의 시즌 40홈런’ 달성을 눈앞에 둔 것은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그에게는 여전히 홈런 기록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12일 연속경기 홈런 기록을 세우고도 덤덤했던 것은 팀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5위 KIA에 3게임차로 쫓긴 상황에서 그는 홈런보다 안타와 출루에 집중할 것 같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