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는 과거사 진실 밝히고 고통 치유 나서라” 강제합병 100년 한국·일본교회 공동 성명
입력 2010-08-13 17:56
“한·일 양국 교회는 지난 100년의 역사 동안 온전히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못한 죄를 참회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는 13일 오전 서울 현저동 서대문독립공원 순국선열추념탑 앞에서 ‘한일 강제합병 100년 한국·일본교회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조성기 사무총장과 재한일본교회 요시다 고조 목사가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낭독한 성명서는 NCCK와 NCCJ가 지난달 초부터 공동으로 준비해온 것이다.
성명서는 먼저 “1910년 일제는 무력으로 대한제국을 강제 합병하여 식민지배 동안 한반도에서 여러 형태의 억압과 수탈을 일삼았고, 심지어 전쟁을 일으켜 한반도의 주민들을 깊은 고통으로 몰고 갔다”고 적시한 뒤 일본은 한반도 분단의 원인 제공국인 동시에 분단 상황으로 말미암아 경제성장을 이룬 수혜국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고 고통 치유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데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양국 교회는 상대 교회에 대해서는 존경과 인정의 뜻을 표했다. 한국교회는 일본교회에 대해 “식민지배와 전쟁 책임에 대하여 진심어린 사죄와 고백을 이어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1967년 일본기독교단이 ‘2차대전 하의 일본기독교단의 책임에 대한 고백’을 발표했고 95년 NCCJ 역시 전쟁 책임에 대한 성명과 함께 일본 국회에 요망서를 제출하는 등 노력해온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어서 일본 그리스도교협의회는 “식민치하에서 일제의 통치에 항거해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고 민족적 책임을 감당하고자 노력했던 용기와 고난”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비극적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를 이루기 위해 양국 정부에 요청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한일병합조약이 무효이며 35년간의 식민지배가 불법임을 양국 국회를 통해 확인하고 결의할 것, 식민지 수탈로 고향을 떠나 지금까지 일본에 살고 있는 후손(재일동포)의 영주권과 법적 지위와 권리를 인정할 것, 일본군 위안부, 여자근로정신대, 원폭 피해자, 강제 징용·징병자 등의 개인 보상과 권리 구제에 나설 것,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북·일간 직접 대화, 외교 수립 등에 노력할 것 등이다.
NCCJ 총무대행 우에다 히로코 목사는 “지난 10일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를 (한국인들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일본 기독교인들이라도 반성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NCCJ는 올해 초부터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역사 교육을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NCCK 전병호 회장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본교회가 잘못된 역사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 한·일 교회가 연합해서 동북아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