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앤 라이스의 기독교 탈퇴 선언

입력 2010-08-13 17:26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전 세계에 흐르는 분위기가 있다.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영적(Not Religious, But Spiritual)’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팽배하고 있지만 점차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편집자 존 미첨은 ‘기독교 국가 미국의 쇠퇴와 몰락’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영적’이라고 말하는 수백만명의 미국인은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특정 현안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영화 ‘뱀파이어와 인터뷰’의 원작자인 미국의 유명 소설가 앤 라이스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기독교인이기를 거부한다’는 글을 올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는 12년 전 크리스천이 되었다. 회심 이후 기독교 관련 책을 쓰고 여러 차례 대중 앞에서 믿음의 고백을 했었다. 그런 그녀가 기독교를 떠난다고 공개 선언을 했기에 파장이 컸다.

“나는 더 이상 기독교인이기를 거부한다. 이젠 그만두겠다. 주님의 이름으로 나는 동성애 반대자가, 반여성주의자가, 가족계획 반대자가, 반인권주의자가, 과학에 반대하는 자가, 생명에 반대하는 자가, 생명에 반하는 자가 되길 거부한다. 주님의 이름으로 나는 기독교를 떠날 것이며 기독교인이 아님을 선언한다.”

앤 라이스의 ‘기독교 탈퇴’의 변이다. 그러나 그는 “조직으로서의 기독교에서는 떠나지만 주님께 바치는 삶은 계속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자신의 인생의 중심에는 구주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앤 라이스와 같은 조직으로서의 기독교는 거부하지만 스스로 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이미 한국 내에도 널리 퍼져 있다. 이들의 확산은 분명 ‘조직으로서의 기독교적 측면’에서는 위기의 징조다. 그러나 희망도 있다. 이들은 현재 보이는 기독교에 대해서 극심한 실망을 하면서도 믿음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갈구하는 것은 본질의 기독교다. 우리의 교회가 그 본질을 주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앤 라이스가 속출할 것이다.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심각히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이태형 i미션라이프부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