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신, 빛나는 별이라는 것을 가끔은 기억하렴… 젊은 작가 김민서 장편 ‘쇼콜라 쇼콜라’
입력 2010-08-13 17:35
“넌 가끔 멍청한 별 같다니까. 자기가 빛나는지도 모르는 별 말이야. 그러면서 만날 하늘에 떠 있는 다른 별들만 죽어라 부러워하고. 한마디로 멍청한 거지.”(246쪽)
젊은 작가 김민서(25)가 신작 ‘쇼콜라 쇼콜라’(노블마인)를 냈다. 같은 시대를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20대의 두 사촌 이야기다.
‘아린’은 꿈도 의지도 없는 백수. 의지박약으로 다이어트는 늘 실패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한다면서도 공부라곤 하지 않는 그녀의 집에 어느 날 사촌 ‘단희’가 찾아온다. 부모님이 해외로 나가면서 아린과 함께 살기 위해 온 것. 단희는 어린 시절부터 단정한 모범생으로 살아온 엘리트로 아린의 기피 인물 1호이기도 하다. 현재는 명문대를 거쳐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또래의 사촌이란 늘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법. 아린은 단희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지만 친구가 없는 단희는 항상 시끌벅적한 아린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두 여자가 상처와 위로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들 두 사람 주변에는 마음 편한 백수와 여행을 좋아하는 외국인, 험담을 좋아하는 직장 동료들이 위성처럼 떠돈다.
어느덧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게 당연해진 현재의 20대이지만 인생을 사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취업난 따위는 아랑곳없이 몇 군데의 회사를 골라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겨운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행복을 규정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완벽해 보이는 여자의 미성숙함과 태평한 백수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행복이 어떤 모습인지 묻는다. 그 물음은, 청춘이 사라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20대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아픔과 약점을 있는 그대로 껴안을 뿐 다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소설의 미덕이다. 어떤 극적인 사람이나 사건에 자극받아 단번에 변화를 일궈내는 성공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잔잔한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전개된다. 얼핏 최근 몇 년 유행한 일련의 칙릿 소설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쇼콜라 쇼콜라’는 유치하지도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다만 20대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린으로 대표되는 젊은 미취업자들의 문제를 단순히 ‘의지박약’으로 바라본 것에 거부감을 느낄 독자도 있겠다. 세상 핑계를 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은 어느 시대에나 한심한 법이지만, 적어도 그것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쇼콜라 쇼콜라’는 제목처럼 달콤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 시대의 청춘들이 안은 무거운 불안감을 생각하면 소설의 결말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평범한 20대들의 정서와 삶을 정면에서 다뤘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