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광장이 시의회 의장 것인가
입력 2010-08-13 21:23
서울시의회가 13일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고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광장은 시민들의 여가선용과 문화행사 등의 목적으로 만들었다. 여름에는 푸른 잔디밭이 시민의 발을 쉬게 하고 겨울에는 청소년들이 스케이트를 지치는 공간이다. 정치 목적 집회는 금지돼 있다. 동화 속 같은 정경이 어느 날 갑자기 이해(利害)가 충돌하는 날선 구호와 촛불, 소음과 쓰레기가 난무하는 장터처럼 될 걸 생각해 보라.
서울시는 당장 재의(再議)를 요구하겠다고 하나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서울시의회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다. 결국 법원에 가져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이미 지난 7월부터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은 효력을 상실했다. 법개정을 해야 할 국회가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의회는 한 술 더 떠 서울광장 문제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더욱이 서울시의회는 서울광장의 사용과 관리를 심의하는 ‘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위원 과반을 시의회 의장이 추천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서울광장에 관한 행정 일체를 시의회가 전횡하겠다는 발상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원칙도 모르는 횡포다. 서울시의 대표는 서울시장이 아니라 서울시의회 의장인가.
서울광장은 문화공간이지 정치공간이 아니다. 서울시민에게서 광장을 뺏어 시위꾼들에게 넘겨주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서울광장이 상설 집회장이 되면 다음 차례는 광화문광장이 될 게 뻔하다. 서울 한복판에 밤새 촛불이 타오르고 정치구호가 난무하도록 놔둬야겠는가.
민의에 의해 선출된 시의회가 민의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시민의 휴식권을 희생시켜 집회시위권만 보장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집회와 시위는 서울광장이 아니더라도 할 장소가 많다. 굳이 시청 앞 문화공간을 집회장소로 만들려는 것은 저열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광장이 이런 식으로 정치적 이용물이 될 거라면 잔디밭을 다시 덮고 예전처럼 분수대를 만드는 게 차라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