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통독원 뿌리기 사역 현장을 가다

입력 2010-08-13 16:48


[미션라이프]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옷에서 나는 시큼하고도 큼큼한 냄새의 불쾌함을. 지난 13일 경남 함양군 수동면. 150명의 젊은이들은 질퍽거리는 신발과 쉰 냄새가 풀풀 풍기는 옷을 입고 고추 따기와 깻잎 묶기 등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9일부터 성경통독원(구 한시미션)이 주최한 생명뿌리기 사역에 참여한 청년들은 수동면 16개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가 일손도 돕고 마른 장작 같은 팔다리와 발바닥을 주물러 드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월요일 마을에 도착한 청년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90도에 가까운 ‘배꼽인사’였다. 평생 교회 문턱을 밟아보지 않은 노인들에게 ‘예수천국 불신지옥’ 전도지부터 내민 게 아니라 “서울에서 내려온 청년들인데 일손도 도와드리고 농촌 일을 배우러 왔다”는 예의바른 인사였다.

화요일엔 수동중학교 강당에서 경로잔치를 벌였다. 주최측은 17대의 자가용으로 260여명의 어르신을 실어 날랐으며, 인삼과 대추, 밤이 듬뿍 들어간 삼계탕을 대접했다. 식사시간엔 국악을 전공한 청년들이 무대에 나서 판소리와 해금 독주를 선보였으며, 이후 이미용·이혈 의료봉사가 진행됐다. 오후 4시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삼계탕을 식탁에 올리고 한사람을 위한 가야금, 해금, 아쟁 연주회가 열렸다.

수요일부터는 동네 30여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름성경학교가 진행됐다. 한 마을당 7~8명의 청년들은 1명의 어린이를 위해 재롱을 피우다시피 했다. 이렇게 연결된 어린이들은 연말 서울로 초청돼 2박3일간 문화체험의 기회를 누린다.

세수 한 번 못한 청년들은 목요일까지도 예수의 ‘예’자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파란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예수쟁이’라는 것은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수동리 하교마을에 거주하는 이현순(70·여)씨는 “이 마을에 50년째 살고 있지만 이렇게 예의바르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청년들은 처음 본다”면서 “자녀가 둘 있는데 신앙의 자유가 있으니 한 번 권유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드디어 4일째 되는 날 저녁 조심스럽게 한끼 밥을 얻어먹으면서 복음을 전했다. 같은 시간 수동중학교에선 13명의 중·고등학생을 위해 30명의 청년들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보였다.

오는 11월 전역 예정인 박종혁(34·해군 중사)씨는 “군함을 타고 훈련을 나가더라도 1주일간 씻지 못하고 옷을 갈아입지 못한 적은 없었다”면서 “태풍이 몰아치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열악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는 말씀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고 귀띔했다. 박씨는 “예절로 다가가 사랑으로 마음 문을 열고 열려진 마음에 복음의 씨앗을 심는다는 원칙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금요일에는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함양군민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했다. 청년들은 오후 10시 마을마다 1가구씩 선정해 ‘산타’처럼 생필품을 몰래 갖다 놓았다. 참가자들은 14일 마을 어르신들이 찾아오기 전 이른 아침 서울로 향할 예정이다.

조병호 성경통독원 대표는 “진정한 지성인이란 십자가의 도를 삶으로 실천한 사도 바울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말한다”면서 “흙먼지와 친숙한 어르신들의 삶을 이해하고 가까이하기 위해선 청결이라는 잠깐의 편의는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예절과 사랑이 담긴 봉사는 결국 선교라는 열매로 나타나게 돼 있다”면서 “이런 이유에서 23년째 매년 8월 둘째 주면 어김없이 산청, 거창, 함양, 합천, 의령 등 교회가 없는 경남 서부지역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양=글·사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