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KBS, 수신료만 있고 ‘지역’은 없다

입력 2010-08-12 19:03


KBS가 지역 현안과 정보를 다루는 데 소홀해 불만을 사고 있다. 주요 재원인 수신료는 전국의 시청자들로부터 걷으면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지역 중심의 프로그램’ 제작 및 편성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새노조의 파업을 종결짓고 이사회가 정상화되면서 수신료 인상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KBS에게 이런 지역 민심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광주미디어센터에서 열린 ‘TV수신료 현실화 광주공청회’는 KBS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지역KBS에 정작 ‘지역’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역KBS는 본사에 소속된 총국·지국 형태로 운영되는 데 부산 대구 광주 등 총 9개 총국이 있다. 본사가 예산, 편성, 제작 등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총국에는 약간의 예산만 내려보내는 식이기 때문에 지역KBS의 여건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거의 없고, 본사가 제작한 프로그램 일색이다. ‘2009 KBS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역KBS는 주간 총 방송시간 8300분 가운데 총국 자체 제작 방송시간이 727분(8.8%)에 그쳤다. 자체제작률은 2005년(8.8%) 이후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자체 제작률이 20%에 달하는 지역MBC나 30% 정도인 지역민방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KBS는 ‘국민이 지역과 주변 여건에 관계없이 양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된 방송법 44조 2항의 규정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KBS는 방송 기술의 디지털화에도 소외돼 있다. 본사는 TV제작시설이 100% 디지털로 전환됐지만 지역은 카메라나 VCR과 같은 일부 장비만 디지털화됐다. 부산, 대전 등 일부 총국을 제외한 다른 총국은 이제야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다.

공영방송의 책무 중 하나인 소수계층을 위한 방송도 지역KBS는 시설과 예산의 한계로 뒤처져 있다. 자제 제작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에 수화 방송을 추가하고 싶어도 4억∼5억원의 비용 때문에 지역KBS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KBS 광주총국 관계자는 “시스템이 없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애인 방송은 어렵다. 수년째 자막 방송과 해설 방송 요청이 들어오지만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최근 본사 PD들에게 전국의 주요 문화행사를 적극 방송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 향후 지역KBS의 인력과 예산을 보강하고 콘텐츠 제작역량을 강화한다고 밝힌 상태다.

문종대 동의대 신방과 교수는 “KBS는 중앙에서는 공영방송일지 모르겠지만 지역에는 민방보다 못하다.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면서 “이럴 바에야 지역 수신료는 지역이 따로 걷든지, 아니면 수신료 일부를 지역 몫으로 보장해 주는 실효성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