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親서민 정책 원칙이 뭔가

입력 2010-08-12 18:41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친서민 정책을 우려하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소신을 밝혔다. 우선 이 대통령은 “정부가 너무 소상공인·서민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시장경제에 다소 위배되는 게 아니냐”고 자문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답했다. 아울러 “포퓰리즘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되며, 시장경제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다. 이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것 이상으로 정책이 자칫 빠지기 쉬운 문제점을 분명하게 짚어낸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그제 이임식에서 “선의의 관치는 무방하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정책 효과를 조기에 달성하려는 의욕이 앞서면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거나 결과적으로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를 자의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경고다.

이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의 포퓰리즘 경향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서민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다. 중산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50∼150%인 계층인데 현 정부의 서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는 듯하다.

따라서 친서민 정책은 대상 설정부터 흔들릴 위험이 크다. 대표적 친서민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을 보면, 서울 강남의 85㎡ 보금자리주택은 주변시세의 60% 미만이나 4억원을 웃돈다. 이 정도 지불능력이 있는 이들이 서민일까. 집을 살 능력도 못되는 이들을 서민으로 가정한다면 이 정책은 문제가 많다.

저소득층과 서민은 또 어떻게 다른가. 서민금융정책이라는 명목으로 미소금융, 햇살론, 희망홀씨 등 갖가지 모양의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각각 대상이 분명하지 않아 시장에서는 혼돈이 야기되고 있다. 저소득층인지, 저신용자인지 대출 대상 규정이 애매하고 여기에 도덕적 해이조차 끼어들어 서민금융정책이 이름만 요란한 것처럼 비친다.

정치적 용어에 가까운 친서민을 앞세워 경제정책을 추진하자면 먼저 서민에 대한 명확한 개념규정과 함께 그에 걸맞은 대상 설정 전략이 필요하다. 적어도 그게 친서민 정책의 전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