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세’ 도입 겉다르고 속다른 英·佛·獨
입력 2010-08-12 18:32
유로세(Eurotax)가 유럽연합(EU)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논란에 불을 댕긴 건 야누스 레반도브스키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11일 EU옵서버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회원국 정부는 우리가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내 자신들의 부담을 덜어주길 바라고 있다”며 “다음달 유로세 방안을 공식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가 직접 금융거래와 항공운송, 온실가스 배출에 세금을 부과해 운영예산의 일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는 회원국을 위해 논란을 감수하고 이 같은 제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U 집행위원회의 1년 예산은 약 1400억 유로로 독일 프랑스 영국이 상당 금액을 부담하고 있다. 유로세가 도입되면 이 중 300억∼400억 유로는 EU 집행위가 직접 조달할 수 있어 이들 나라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레반도브스키 위원장은 “금융거래와 온실가스 배출에 과세하는 방안에 찬성 여론이 지금처럼 높았던 적이 없다”며 “지금이 유로세를 도입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밝혔다.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내심 유로세가 반갑지만, 유권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부정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영국 독일 프랑스가 유로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피에르 를루슈 EU장관은 “지금은 EU 회원국과 기관들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라며 “어떤 세금이라도 새로 도입하기엔 시기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 재무차관 사순 경은 “조세권은 국가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EU가 직접 징수하는 어떤 세금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독일도 비슷한 반응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유로세 반대에 여야가 이례적으로 의견 일치를 보였다”며 “온실가스 배출에 과세하는 방안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3국은 EU에 분담금을 내기만 할 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내심 유로세 도입을 원하고 있다고 프랑스 인터넷 매체인 프레스유럽이 12일 전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는 문제에 유권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보일 뿐 유로세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프레스유럽은 “유로세는 EU 관료들의 책상머리 아이디어가 아니라 EU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며 “회원국이 금융위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2014∼20년 예산 편성이 어느 때보다 힘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오스트리아와 벨기에는 유로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네덜란드도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매년 1인당 260유로씩 EU 분담금을 내는 독일에선 유로세가 부담을 덜어주게 될 것”이라며 “EU 집행위원회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