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법 이민자 자녀 시민권 부여 ‘공방’

입력 2010-08-12 18:32

“‘앵커 베이비(anchor baby)’의 신화 떨쳐버리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11일 미국에서 태어난 불법 이민자의 자녀들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토록 한 수정헌법 제14조의 폐기를 둘러싼 최근 논쟁을 정리한 기사 제목이다.

‘앵커 베이비’는 불법 이민자 자녀의 경우 18세가 되면 가족의 미국 영주권을 청원할 수 있어 가족 전체를 시민권자로 만드는 닻(anchor) 역할을 한다고 해 만들어진 말이다.

이날 논쟁을 확산시키는 통계조사 결과가 나왔다. 퓨히스패닉센터가 2008년 미국 출생 전체 신생아 430만명 중 불법 이민자 자녀가 34만명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전체 신생아의 8%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18세 미만 불법 이민자 자녀 510만명 가운데 78%가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는 최근 공화당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수정헌법 제14조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수정헌법 제14조는 1868년 남북전쟁 이후 해방된 노예들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첫 항에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미국에 귀화해 미 사법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의 시민’이라고 명기해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불법 체류자나 여행객의 자녀에게까지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

공화당은 수정헌법 제14조가 불법 이민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자녀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도록 하기 위해 불법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수정헌법 제14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불법 이민자 자녀의 부모들에게 시민권을 줄 때 자격을 심사하거나 10년 이상 거주 등 일정한 조건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CNN의 여론조사 결과 미 국민의 49%가 시민권 자동부여 조항 폐기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한 폐기 반대론자들은 “배타적인 인종정책”이라며 “공화당이 이민자들에게 불만이 있는 일부 유권자들의 정서에 편승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다양해지는 유권자들의 인종 등을 고려할 때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