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이란 제재’ 핫이슈 부상… 美 “한국 동참해야 中 설득 가능” 요청
입력 2010-08-12 18:33
미국 정부가 고위급 채널을 통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의 대(對)이란제재 동참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대북한·대이란 제재조정관의 중국 방문(9월 초)에 앞서 한국과 일본의 제재망을 구축한 뒤, 중국을 설득하려는 이란제재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11일(현지시간) “이란제재 문제는 현재 미국 외교의 최우선 현안”이라며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이란제재 결의 1929호와 국내법인 이란제재법이 실체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동맹국인 한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의 동참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글로벌 제재망을 구축하는 데 아시아권에선 한국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유엔 결의와 이란제재법 통과 이후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등은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동과 중남미 일부 국가들도 제재에 협조적이다. 따라서 이제 아시아 지역을 틀어막으면 전 세계적 제재망이 1차적으로 짜여지게 된다.
일본은 이달 초 금융제재를 결정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란과의 경제교역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보면 만족할 수준의 제재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동맹국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 제재는 명분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아인혼 조정관이 지난달 말 하원 청문회에서 재무부 대이란제재팀의 전 세계 주요국 방문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일·중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할 것”이라고 말한 건 바로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국 설득을 위해 한국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이란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막판까지 반대했던 이사국이 중국이다. 중국은 에너지 등 이란과의 경제교역 비중이 높다.
아인혼 조정관의 방중에 앞서 한국이 확실한 제재 방침을 보여줘야 ‘모든 주요국들이 이란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니, 당신네도 책임 있게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라’고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국내적으로도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핵비확산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이란제재가 실체적인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성적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