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등 3인 반발 파장… “檢 수사 움직인 배후 있다” 부글
입력 2010-08-12 21:34
민간인 불법 사찰의 피해 당사자인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과 남경필 정태근 의원이 12일 성명 발표와 인터뷰 등을 통해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공동 보조를 취하고 나섰다.
이들은 향후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치적 행동’을 감행해서라도 반드시 불법 사찰의 배후를 밝혀내겠다는 각오다. 여당 의원들의 단체 행동이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음에도 이들이 이렇듯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불법 사찰이 이명박 정권 차원이 아니라 일부 국정 세력의 농단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수도권 출신인 정 의원은 A4용지 5장에 걸친 장문의 성명서에서 구체적으로 해당 세력의 지지 기반을 언급했다. 그는 “이 조직이 구성될 당시 42명 중 17명이 대구·경북(TK) 출신이고 그 가운데 영일·포항 출신은 8명이었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검찰이 지원관실을 빙자해 초법적 사정을 진행한 특정 세력의 국정 농단 행위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은 이 나라 법치의 근간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과 남 의원도 수사가 흐지부지된 데에는 검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배후 세력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차원에서 불법 사찰건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 싸움의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전선을 보다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배후 세력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영포(목우)회’와 ‘선진국민연대’의 핵심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검찰을 향한 이들의 공세가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월 불법 사찰 문제가 불거진 직후 이들과 박 차장을 필두로 하는 세력 간에 한 차례 맞붙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목소리를 냈던 장제원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선진국민연대 출신 의원들이 즉각 반격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집권 후반기 진용을 마무리한 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당분간 충돌을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최고위원 등도 또다시 여권 내부 투쟁으로 비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러나 향후 검찰 수사가 정 최고위원 등의 요구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개연성이 있다. 특히 이들이 겨눈 칼끝이 박 차장을 넘어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까지 가면 불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