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외풍에 묶였지만… 금리 인상 시간문제
입력 2010-08-12 21:58
“국내 경제 상황만 놓고 볼 때 금리 상승이 답이었지만 문제는 외풍이었다.”
한국은행 관계자의 말처럼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된 것은 미국과 중국 등 경제회복세 둔화 가능성 등 대외변수 때문이었다. 이는 예상을 넘는 경제 확장세와 고조되는 물가상승 압력 등 국내 요인을 고려했을 땐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릴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역설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 등을 통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시장에 보냈다. 이젠 ‘견조한 성장 유지’ 대신 ‘물가 안정’이 통화정책의 최우선 기조가 됐음을 공식화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9월이 될지, 4분기가 될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금리 인상은 필연…9월이냐, 4분기냐=우리나라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0년 만에 최대 증가율인 7.6%를 기록했다. ‘장바구니 물가’인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16.1% 급등했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의 여건이 갖춰졌음에도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것은 G2(미국·중국)의 경제부진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5.0%에서 지난 2분기 2.4%로 눈에 띄게 꺾였다. 일자리는 지난달 13만1000개 줄었다.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둔화 추세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1일(한국시간) 경기회복세 둔화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이틀째 출렁였다. 금리를 올리기에는 외부 여건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란 조짐이 곳곳에서 나온다. 우선 금통위 의장인 김 총재의 금리 인상 의지가 남다르다. 김 총재는 동결 배경인 G2 경제 문제에 대해 “FOMC도 미국 경기회복이 늦춰지고 있지, 경기둔화라고 하지 않았다. 중국도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물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강경했다. “물가안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통화정책 방향 보고서는 지난달에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의 기조 위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해야”라고 명시했지만 이번에는 “견조한 성장 속에서 물가안정이 유지되도록”이라고 순서를 바꿨다. 무게중심이 한 달 만에 물가로 급격하게 쏠렸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시장은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차례 정도 인상이 유력하다고 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두 차례 정도 인상해 금리가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사정으로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추석이 낀 달(다음달) 징크스에 대해서 김 총재가 “변수가 아니다”고 한 점은 9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또한 한은이 선호하는 징검다리 금리 인상(7, 9, 11월)의 기반이 갖춰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정도로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4분기에 들어서야 추가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연구원은 “경제의 높은 불확실성 등으로 금통위는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4분기 들어 0.25% 포인트 인상하는 것으로 올해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결정 일관성 잃어”…시장 일부 비판=이날 한은의 금리 동결에 대해 일부에서는 “일관성을 잃은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경기는 더욱 뜨거워지는데 몇 달 전부터 예견된 미 경제 불안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삼성증권 최석원 연구원은 “금리를 동결했으면서도 인상 필요성만 잔뜩 나열한 김 총재의 회견 내용은 모순 그 자체”라며 “자칫 국내 경기와 상관없이 해외 요인에 따라 금리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나중에 경기가 악화될 때 통화결정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경기회복 때 금리는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