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값 15년 만에 최고치 닛케이 추락 압력 지속

입력 2010-08-12 22:57

일본 경제가 ‘엔고(高) 쇼크’에 하얗게 질렸다.

1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장중 한때 달러당 85엔대가 붕괴됐다. 앞서 런던 외환시장에서도 한때 달러당 84.70엔을 기록하는 등 엔화 가치는 1995년 7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어 개장된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85엔대 초반에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안팎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였던 1995년 상반기의 달러당 79.75엔대를 돌파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엔고 충격에 도쿄 증시의 추락세도 지속되고 있다. 12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80.26포인트(0.86%) 하락한 9212.59로 거래를 마쳤다. 엔화 가치가 오를 경우 수출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켜 일본의 경제 회복에 타격을 줄 거라는 우려가 투자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최근의 엔화 강세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유럽의 재정 불안, 중국 경제의 회복세 둔화 등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의 경제가 좋지 않은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0일 미국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고 추가적인 양적 금융완화 정책을 시사했었다. 유럽 역시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가시지 않으면서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도 이어질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취한 조치 탓으로 산업생산 및 고정자산 투자, 소매판매 등이 7월에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UFJ 신탁은행의 외환딜러 이노에 히데키는 AFP통신에 “미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글로벌 머니가 일본 엔화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값이 예상 밖으로 뛰면서 일본 경제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일본 대기업들은 환율을 달러당 90엔대로 잡고 올해 사업계획을 세웠으나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실적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2004년 3월 이래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일본 외환 당국의 시장개입 가능성도 슬슬 제기되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