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민 같지만 현실이 다른 G2… 美는 디플레, 中은 인플레 압력에 시달려

입력 2010-08-12 18:22


G2(미국·중국)를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가 한걸음 더 ‘경기회복세 둔화’ 쪽으로 다가서면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심각한 경기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외변수에 민감한 우리 경제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G2 경제권의 고민은 최근 물가흐름에서 시작된다. 경기회복력이 굼떠진 상황에서 미국은 생산자물가의 지속적인 감소(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반면 중국은 소비자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선임연구원은 12일 “하반기 들어 경기회복력이 떨어진 것은 G2를 포함해 어느 경제권이든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중국의 경우 긴축을 쓰자니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부양을 하자니 물가가 추가로 오를 우려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3분기 들어 경기회복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분위기다. 중국의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수출액은 6월 43.9%에서 7월 들어 38.1%로 빠졌다. 산업생산도 같은 기간 13.7%에서 13.4%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물가흐름은 중국과 반대인 디플레이션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민은 마찬가지다. 고용시장 흐름이 둔화된 상황에서 생산자물가는 떨어지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 노동부가 집계한 지난 7월 민간기업의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는 7만1000개로 상반기 증가 추세가 굼떠졌다. 반면 상반기 전년보다 4∼6% 증가율을 보였던 생산자물가지수는 6월 들어 2.8%까지 내려섰다.

“최근 몇 달간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졌다(The pace of recovery has slowed in recent months).”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린 경기 진단이다. ‘속도만 느려졌지 회복 추세는 그대로 진행 중’이라는 우회적인 강조가 담겨 있었다. 여기에는 내수시장의 기대심리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FRB의 셈법이 깔려 있다.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은 소비자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 경기전망이 비관적으로 돌아설 경우 고용시장과 내수시장이 실제보다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생산자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감도 FRB의 ‘신중 모드’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미국 경기회복이 부진한 이유는 주택시장의 회복이 완연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위기의 진앙인 주택시장 부실 수습이 완전히 이뤄지진 않았지만 경기회복의 기준이 위기 이전 버블 상황에 맞춰진 것도 (시장심리 악화에)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대신해 세계경제 수요를 이끌고 있는 중국도 경기흐름은 반대지만 고민은 같다. 고용회복 지연과 주택가격 급락 우려에 휘둘리면서 소비심리마저 흔들고 있어서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상황정보부장은 “큰 침체 이후 경기가 단번에 반등하긴 쉽지 않다”며 “미 정치권에서 경기부양 시그널을 계속 주고 있지만 상반기에 비해 경기흐름이 둔화되자 시장의 반응 정도도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