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스마트폰 열풍 타고… 묻지마 앱 개발 혈세만 날린다

입력 2010-08-13 04:47


정부 부처들이 애플리케이션(앱)과 모바일용 웹 페이지 개발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묻지마식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정 단말기에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은데다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분별한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 “비싼 앱 개발을 멈추라”는 지침까지 내렸지만 부처 간 경쟁은 식을 줄 모른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앱 개발 등 모바일 기반 서비스를 위해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액은 236억원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처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예산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진행 중이던 관련 예산 심의를 중단했다.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전자정부 사업을 총괄하는 행안부에 각 부처가 낸 사업을 검토, 필요성 여부를 꼼꼼히 따진 뒤 우선순위를 매기도록 했다. 결과에 따라 각 부처에 예산안을 다시 제출토록 할 예정이다.

앱 개발 붐은 재정부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내놓은 아이폰용 앱 ‘시사경제용어’가 다운로드 수 20만여건을 기록하면서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개발된 서비스 가운데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부처별로 예산은 최소 7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수준까지 천차만별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6월 18일 공개한 ‘에너지다이어트’와 ‘지식경제용어사전’은 각각 2200만원, 1300만원을 들였는데도 지금까지 다운로드 수가 1400건, 7500건 정도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 부처는 아이폰용 앱만을 개발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 모든 단말기에 적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들기 위해 두 배, 세 배의 예산을 쏟고 있다. 행안부가 6월에 사용 단말기 기종에 상관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정부 기관에 앱이 아닌 모바일 웹 방식을 권장했지만 ‘소 귀에 경 읽기’다.

지난 4월 아이폰용으로만 제공된 법무부의 ‘법아놀자’는 다음달 3000만원을 들여 안드로이드용이 출시된다. 보건복지부와 농림수산식품부도 안드로이드용 앱 개발에 착수했다. 각 부처는 올 연말까지 평균 1∼2개의 새로운 앱과 모바일 웹을 잇따라 공개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내년 1월 이후에나 각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앱 개발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부부처 산하 기관,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한 정부기관에서 개발했거나 할 예정인 스마트폰 서비스는 1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나 정부 산하 기관 등은 현황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다. 이미 개발에 들어간 경우는 제재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김아진 이용상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