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만큼 올랐다더니… 다시 오르는 금값 왜?

입력 2010-08-12 21:23


금값이 다시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온스당 1150달러 수준까지 빠지면서 하락 흐름을 타는가 싶더니 어느새 1190달러대로 성큼 올라섰다.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 가격은 역사적 최고점인 1970년대 후반보다 50% 이상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오를 만큼 올랐고 더 이상 가격 상승은 없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왜 금값이 다시 오르는 것일까.

12일 런던금시장연합회(LBMA)에 따르면 지난 1월 4일 온스당 1121.5달러였던 금값은 6월 28일 1261.0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금값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면서 지난달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상승 흐름을 탔다. 지난 9일에는 1206.0달러를 기록하며 12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금값은 11일 현재 1198.0달러다.

금값이 다시 오르자 시장은 상승 동력이 무엇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일시적 반등일 뿐 금에 돈이 몰리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많이 약화돼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공식적으로 경기 둔화를 인정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물가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출구전략 지연으로 물가상승 우려가 확장돼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를 위한 금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각국이 시중에 푼 막대한 유동성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과 인플레이션(물가 급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금값 상승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위기 이후 기축통화인 달러화 위상이 약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금을 사들여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국가가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금을 매입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미국은 금을 8133.5t 보유한 반면 중국은 금 보유량이 1054.1t, 일본은 765.1t, 러시아는 688.6t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14.4t에 불과하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