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기업 규제 아직 수두룩
입력 2010-08-12 18:16
#사례 1
햄과 소시지를 판매하는 A사는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에 맞추려고 마늘햄, 양파햄, 치즈햄 등을 개발했다. 이들 제품은 맛은 다르지만 주요 성분과 제조 방법이 비슷해 같은 생산라인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위생조건과 안전규격에 따라 생산되고 있는 이들 제품 모두 별도의 품질검사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120여개 제품의 품질검사에만 연간 4억48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축산물 가공품은 품목별로 검사해야 한다는 축산물가공처리법의 규정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품목이 아닌 유형별로 검사하도록 규제가 개선된다면 연간 4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 2
이동통신사 B사는 지난해 농어촌 지역에 통신용 전주를 설치하기 위해 1043건의 농지전용 및 산지 전용 허가를 받았다. 통신용 전주 1개를 설치하기 위해 고작 1㎡의 농지 또는 산지 전용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허가 비용 등에만 무려 11억4100만원을 지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70만원 상당의 통신용 전신주 1개를 설치하기 위해 설계도서 및 인·허가 취득 용역비 140만원, 경계측량 및 분할 측량비 60만원 등 모두 200만원가량 들어가 공사비보다 인·허가 비용이 3배가량 많다”고 하소연했다.
#사례 3
서울시내에 위치한 한 LPG충전소는 시설이 낡았지만 보수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신축 당시 준공업지역이었던 이곳이 일반 주거지역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현행 국토계획법상 주거지역 안에 있는 LPG충전소는 시설개축이나 보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개혁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규제가 여전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 30개를 ‘2010년 최우선 규제개혁과제’로 선정, 국무총리실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폐지 또는 완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전경련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이 같은 불합리한 규제 사례를 전수조사해 선별한 9개 분야의 182건 중 △준수에 과도한 비용이 드는 규제 △준수 가능성이 낮은 비현실적 규제 △신규 사업과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중복·차별 규제 △법령 개정 또는 법령 간 상충으로 사업확장을 어렵게 하는 규제 등 6개 유형의 30건을 최우선 규제개혁과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산업현장에서는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히는 사례가 아직도 많다”며 “각종 불합리한 규제들이 개선될 경우 기업의 경영여건이 향상돼 우리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웅 선임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