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 부산에서 세균무기 비밀실험 했다
입력 2010-08-12 17:59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이 미국의 소를 해치려고 만든 치명적인 세균무기를 부산에서 비밀리에 실험한 사실이 12일 밝혀졌다.
일본에서 지난달 28일 출판된 책 ‘육군 노보리토(登戶)연구소의 진실’ 등에는 당시 세균무기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구바 노보루(久葉昇) 후지타(藤田)학원보건위생대학 전 교수가 작성한 문서 ‘구(舊) 육군 제9기술연구소(노보리토연구소) 제6연구반 연구개요’가 실렸다.
이 세균무기는 소 양 등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환인 우역(牛疫·rinderpest)의 독을 분리해 동결 건조시킨 분말 형태였다. 이를 풍선 폭탄에 매달아 날려 보낸 뒤 터뜨려 분말을 살포하는 구조였다. 일제는 실제로 이를 매달아 미국 본토로 띄워 보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일본군은 미국의 소를 대량 살상하기 위해 도쿄 부근 가와사키(川崎)에 있던 비밀병기연구소인 노보리토연구소에서 소 살상용 세균무기를 만들어 1944년 5월 부산에서 성능실험을 했다. 문서에는 “노보리토연구소 근처 우사(牛舍)에서 독성을 점검한 뒤 조선국 부산부 사하면 암남동 조선총독부 가축위생연구소(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전신) 서쪽 낙동강 하구의 커다란 삼각주 일부(감천지구)를 야외 감염실험 장소로 선정했다”라고 적혀 있다.
실험은 소 10마리를 3열로 배치한 뒤 폭파장치를 이용해 분말 독을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했다. 독을 마신 소들은 실험 후 3일째부터 전형적인 우역 증상을 보였고 7일째를 전후해 모두 죽었다.
구바 전 교수는 과거 사실을 함구하다가 80년대 후반부터 노보리토연구소 실체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자 90년 자신이 참여한 연구와 실험 사실을 적은 이 문서를 작성했다.
자칫 식민지 조선의 한우가 위기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었으나 당시 우역이 한국에서 퍼졌다는 기록은 없다. 우역은 지금도 제1종 법정가축전염병 목록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고, 반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