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징용자 강제우편저금 보상 청구소송 다카기 겐이치 변호사 “5배 인정?… 최대 2000배 보상해야”

입력 2010-08-12 21:33


사할린에 징용된 한인들의 강제 우편저금 보상 청구소송을 맡고 있는 다카기 겐이치(高木健一·66) 변호사는 12일 “간 나오토 총리가 최근 사할린 한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의 영주귀국 지원만 계속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편저금 보상 문제도 정치적으로 노력해 해결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국회 사할린포럼 초청으로 방한한 다카기 변호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와 만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2000년 사할린에서 귀국한 한인들을 위한 아파트를 경기도 안산에 완공했을 때 나와 함께 일본 대표로 참석했고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는 사할린 문제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참여한 인물”이라며 “지금이 일본 정부가 우편저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호기”라고 말했다. 그는 센고쿠 장관과는 1994년 홍콩 군표(구 일본군이 발행한 수표) 상환 소송에 함께 참여했고, 다니가키 총재와는 사법시험을 같이 공부했다.

강제 우편저금 보상 소송은 2007년 9월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이희팔(83)씨 등 사할린에 끌려가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사할린 동포와 유족 11명이 당시 강제 저축된 급여를 보상해 달라며 일본 정부와 우정공사를 상대로 도쿄지방재판소에 제기한 소송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원고 심문을 마쳤다.

일본 정부는 98년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센고쿠 장관의 질문에 “현재 우편저금은 59만 계좌, 금액은 1억8700만엔(약 26억원)”이라고 답했다.

다카기 변호사는 “사할린 노동자들은 한 달에 50엔 정도를 강제로 저축했는데 광복 이후 사할린 우체국이 없어지면서 통장을 갖고도 인출할 수 없었다”면서 “이는 일본 정부가 무책임하게 한인 노동자의 재산권을 침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재판의 쟁점은 당시 강제로 저금했던 금액을 얼마까지 인정할지다. 다카기 변호사는 “일본 정부는 우편저금법상 금리가 낮아 5배밖에 인정해줄 수 없다고 하지만 8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 비율을 감안하면 2000배 이상 보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94년 대만 징용자들에게 강제저축을 돌려줄 때 적용한 120배를 감안해도 최소한 200배 이상은 보상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65년 한일협정 당시 한국 측 재산 청구권이 모두 소멸됐다는 보수 여론에 대해서는 “당시 사할린에 거주했던 4만명 중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카기 변호사는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혜택을 보는 사람은 극히 소수라며 사할린 한인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돼 전후 보상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통장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고, 우정국 문서도 구 소련이 모두 폐기했다”면서 “독일처럼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100억엔씩만 부담하면 사할린 한인들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카기 변호사는 또 “보수 매체는 내가 일본 정부에 부담을 준다고 비난하지만 이라크 전쟁 비용으로 댄 130억 달러에 비하면 이 돈은 커다란 외교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73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사할린 한인 문제에 관여한 다카기 변호사는 37년간 일본군 위안부와 원폭 피해자 소송 등에서 한인의 권익을 찾는 데 앞장섰다. 그는 이 공로로 88년 한국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