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윤호]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입력 2010-08-12 17:42
다음 중 음식물 쓰레기에 해당하는 것은? ①양파 껍질 ②생선 뼈 ③일회용 티백 ④복숭아 씨. 정답은 모두 아니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구분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래서 가끔 설거지를 도운 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아내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사골 국을 끓인 후에 버리는 소뼈는 음식물 쓰레기 맞나? 음식물 쓰레기 분류 기준은 대체로 가축 사료나 퇴비로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소뼈도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다.
1995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일반 쓰레기 종량제는 성공적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생활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정해진 곳에 버리도록 한 쓰레기 종량제는 시행 10년 만에 쓰레기를 23% 줄이고 재활용을 175% 늘리는 등 자원 절약에도 기여했다. 2005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분리 배출토록 한 것도 생활환경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 당시 수도권 매립지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섞인 차량 반입을 금지시켜 쓰레기 대란을 겪은 경험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음식물은 소중한 식량 자원인 동시에 에너지 덩어리다. 음식물의 수입·유통·조리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우리나라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3%를 차지한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05년 18조원에서 2012년 25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현재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일반 쓰레기처럼 201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수거업체에 쿠폰을 내거나 플라스틱 수거용기에 부착된 전자태그로 배출량을 측정해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엊그제 무선정보인식장치(RFID)를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영등포구 1개 동에서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다. RFID칩이 달려 있는 용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 수집 용기에 버리면 쓰레기 수거업체에 무게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11월초까지 시범사업 기간에는 요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본격 시행된 이후에는 수집 용기에 신용카드 결제기를 달아 쓰레기를 버리면서 곧바로 요금을 내거나 매월 정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의 양에 따라 쓰레기 수거료가 달라지니 남편들도 열심히 음식물 쓰레기 배출 요령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아니면 깨끗이 식탁을 비워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말든지.
김윤호 논설위원 kimy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