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평신도위원회 장로·권사 40명 양구 펀치볼서 안보기도회

입력 2010-08-12 17:47


6·25 전쟁 최대 격전지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해발 1100m 정도의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인 이곳은 ‘펀치볼’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화채그릇(펀치볼)처럼 생긴 지형(地形)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근방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긴장감이 팽팽했다. 1990년 제4땅굴이 발견됐고, 가끔 지뢰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12일 오후 이곳 펀치볼에서 기도의 함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안보기원 기도회’를 위해 모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평신도위원회 소속 40여명의 장로·권사들이다. 천안함 사태와 해안포 발사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평화를 향한 기독인들의 열망은 더욱 뜨거웠다.

기도 중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불과 수㎞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북녘 땅을 눈앞에 두고도 넘나들 수 없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전쟁이 끝나고 강산이 6번 바뀌는 사이 포연이 자욱했던 전투의 흔적을 이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움푹 파인 곳은 포 진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 아무런 표지도 없었다.

녹음이 우거진 산을 둘러보는 한기총 평신도위원회 위원장 신명범(73·강변성결교회) 장로는 먹먹한 표정이었다.

“전사자와 참전 용사들을 위로하는 길은 오로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야. 남북이 다시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없어야지….”

참석자들은 기도회를 마친 뒤 전쟁기념관과 제4땅굴, 을지전망대, 평화의댐을 잇달아 방문해 조국 분단의 현실을 재확인했다.

안보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참석자들은 전방을 지키는 군인들을 격려하며 철저한 국가 안전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상원(77·장충단교회) 전 대법관은 “겉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남침 땅굴을 파는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을 막기 위해 대북 경계 태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4땅굴을 견학하던 한기총 공동회장 전성원(73·중앙성결교회) 장로는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철조망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남북한의 현실이 참으로 슬프고 마음이 무겁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평화를 소망하는 우리의 기도를 반드시 들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양구=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