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로 별세한 앙드레 김… 패션 코리아, 세계에 알렸다
입력 2010-08-12 21:16
한국 패션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이 별세했다. 향년 75세.
앙드레 김이 12일 오후 7시25분쯤 입원 중이던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병원 측이 밝혔다. ‘패션 대사’로 불린 고인은 대장암과 폐렴으로 지난달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 왔으며 이날 갑자기 증세가 악화됐고 산소호흡기를 착용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앙드레 김은 한국 최초의 남성 디자이너다.
1935년 서울 구파발에서 농사를 짓던 집안의 2남3녀 중 넷째로 태어난 앙드레 김은 고등학교 졸업 후 1961년 고(故) 최경자씨가 서울 명동에 설립한 국제복장학원 1기생으로 입학해 디자이너 수업을 받았다. 62년 서울 반도호텔에서 첫 패션쇼를 열고 한국 최초의 남성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한 그는 이후 서울 소공동에 ‘살롱 앙드레’라는 의상실을 열고 본격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64년 당대 최고 인기 배우였던 신성일과 엄앵란의 결혼식 때 엄앵란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했다. 66년 한국 디자이너로는 처음 프랑스 파리의상조합 초청으로 파리에서 컬렉션을 연 이후 미국 인도네시아 이집트 호주 등 10여개국 20여개 대도시에서 패션쇼를 할 때마다 기립박수를 받았다. 88년 서울올림픽 땐 한국 국가대표팀의 선수복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고인은 패션 한국을 세계 각국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97년 패션디자이너로는 처음 문화훈장을 받았다. 그의 패션에 대한 열정과 기여도는 외국에서도 인정받아 99년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11월 16일을 ‘앙드레 김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2000년부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특별대표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온 고인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5개의 신문을 정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디자이너였다. 순수의 상징이라며 하얀색 면 옷을 고집했던 그는 평소 “20세기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태어나 21세기까지 활동했으며, 패션을 종합예술로 승화시킨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1982년 입양한 아들 중도(30)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