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8·15 대성회] “밤낮없던 열정적 참가자, 교회성장 이끌어”

입력 2010-08-12 17:38


‘엑스플로 74’ 자원봉사 2인의 체험담

한국교회 8·15 대성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성회의 의의를 설명할 때마다 1974년 열린 세계민족복음화대회, 즉 ‘엑스플로 74’를 강조하지만 그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사람들, 특히 40대 미만 세대로서는 공감하기가 어렵다. 간접적으로나마 당시 대회를 엿볼 수 있도록 숙소·배식 담당과 의료 담당 현장 스태프로 각각 일했던 가정문화원 두상달(71) 이사장과 포항 선린병원 이건오(67) 원장의 경험을 들어봤다.

엑스플로 74는 8월 13∼18일 5박6일간 서울 여의도 5·16광장(현 여의도공원)에서 열렸다. 공식 등록 인원은 32만3419명이지만 실제 참가자는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마지막 날 종료 집회에는 100만명 이상이 모였다고 기록돼 있다.

두 이사장은 “엑스플로 74는 단순 부흥회가 아니라 낮에는 교회별로 전도훈련을 받고 밤에는 함께 모여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형태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광장에 설치된 1000여개의 천막과 여의도 영등포 마포 일대의 90여개 초·중·고교 3000여개 교실에서 참가자들은 숙식을 하고 낮 동안 전도훈련을 받았다. ‘민족복음화 핵심 전도 요원 훈련’이라는 이름의 훈련은 ‘4영리’와 ‘성령충만’, ‘순론(筍論)’ 등 코스로 진행됐다. 마지막 날에는 실습으로 노방전도를 나가기도 했다.

당시 주최 측은 이 정도 대규모 인원을 감당할 만한 경험도 설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고비는 수도 없었다. 행사 직전까지 수천 명의 밥을 한꺼번에 지을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인근 미성아파트로 들어가는 지역난방의 스팀을 끌어오는 해결책을 찾았다.

한여름이다 보니 첫날부터 쉬고 썩은 밥이 속출했다. 심지어 아침식사용으로 삼발이 트럭에 실어 각 학교로 보낸 ‘콘티빵’이 중간에 사라진 일도 있었다. 알아보니 트럭 운전수들이 빵을 빼돌려 중간에 있는 가게에 헐값으로 팔아넘긴 것이었다. “식량을 내놓으라”던 각 숙소 대표들의 아우성을 회상하며 두 이사장은 “모세가 광야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먹이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실감이 갔다”고 했다.

당시 한국인들 대부분이 가난에 익숙해 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주먹밥에 새우젓, 단무지 한 쪽인 식사에도 만족해했기 때문이다.

의료진에게도 어려움이 많았다. 텐트 하나면 진료가 가능할 줄 알았더니 여의도 윤중초등학교 전체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환자가 많았다. 이 원장은 “산속 기도원마다 들어가 있던 환자들이 모두 치유 체험을 위해 집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뙤약볕 아래서 말씀을 듣다 쓰러진 사람들을 경찰차가 쉴 새 없이 싣고 왔다. 반면 집회 중에 병이 나았다는 사람들도 속속 나왔다. 병상에 누워있던 사람들은 조금 나아지면 다시금 은혜 받으러 나가곤 했다. 의사 십수 명과 간호사 100여 명도 3교대로 일하는 사이사이 집회에 나가 뜨겁게 기도했다.

가장 큰 고비는 폭우가 쏟아졌던 대회 둘째 날이었다. 주최 측은 집회 장소를 순복음교회로 급히 옮기려 했으나 사람들이 일찌감치부터 자리를 맡아놓고 있어 그럴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물바다가 됐지만 참가자들의 기도는 더 불타올랐다. 버스 안에 들어가 있던 외국인 참가자들이 그 열기에 이끌려 모두 밖으로 나와 함께 기도했다. 두 이사장은 “외국인들이 ‘스플랜디드(굉장하다)! 어찌 하나님께서 이 민족을 축복하지 않으시랴!’ 하고 감탄하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두 이사장과 이 원장은 당시 대회가 한국 교회에 성령폭발, 전도폭발의 기폭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 10만 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하겠다”는 선포에 이어 김준곤 목사가 결신을 촉구했을 때 엉겁결에 일어났던 사람들 중 많은 수가 훗날 실제로 훈련받고 선교사가 됐다. 그때를 기점으로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 교회는 세 배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두 이사장은 “이 집회를 위해 당시 주최 측은 2년 이상 전국을 돌며 참가단을 조직하고 준비했다”고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이 원장은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똑같이 참여했고, 특히 청년들이 도전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 교회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번 8·15 대성회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강한 성령 체험으로 신앙에 뜨겁게 불을 지피고 싶다는 열망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이번 대회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참가자들 위에 넘치게 부어지기를 소망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