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헤르타 뮐러 방한… “문학은 자신과의 소통, 자기와의 대화”
입력 2010-08-16 21:07
“문학은 자기 자신과의 의사소통이고 자기와의 대화입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57)가 중앙대에서 열린 국제비교문학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뮐러는 16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아트센터에서 가진 ‘이발사, 머리카락, 그리고 왕’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독재 권력의 공포와 탄압, 그 속에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뮐러는 “(루마니아 사람들이 겪었던) 심문과 집안수색, 죽음의 위협 등 모든 것은 내게도 반복됐다”며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독재정권 치하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심문하는 사람들은 저를 ‘쓰레기’나 ‘기생충’이라 불렀습니다.”
그는 “한 나라에 자유가 없으면 없을수록, 감시를 당하면 당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사물과 더 불편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며 “위협받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 추적자를 눈으로 마주하고 자신과 그를 동시에 관찰하는 셈이 된다”고 강조했다.
뮐러는 나치가 몰락한 후 들어선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 정권에 의한 공포 속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1987년 독일로 망명했다. 그는 독재정권 치하에서 고통 받는 루마니아 사람들의 내면과 삶을 그린 작품을 여럿 발표했다.
강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독재권력 아래에서 글을 쓰는 행위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고발’이라는 단어가 텍스트에 있으면 그것은 연설문이지 문학이 아니다”며 “노래 자체가 정치적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감정을 북돋고 마음을 움직이면 감동적인 것”이라고 답했다. 작품에 문학성과 사회비판적 기능을 모두 담보하기 위해 고민하는 작가의 생각이 엿보였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개인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변한 것 없고, 변하고 싶지도 않다. 외관상으로는 많이 변했지만 나는 똑같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15일 호텔에서 광복절 행사를 보니 북한이 생각났다”고 운을 뗀 그는 “북한은 괴물 같은 나라이고, 역사에 있어서도 미끄러지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놀라운 것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한쪽은 민주주의, 한쪽은 괴물 같은 독재주의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과거에 루마니아가 북한을 모범으로 삼고 모방해왔다는 사실도 들려줬다.
뮐러는 18일 서울여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고 임진각도 방문할 예정이다. 19일에는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 문학동네가 개최하는 ‘낭독공감’ 행사를 통해 독자를 만난다.
양진영 기자, 김지윤 김소라 대학생 인턴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