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새 삶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 담아”
입력 2010-08-12 17:50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낸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제주올레길을 개발해 걷기 문화의 새 지평을 연 서명숙(53·사진) 제주올레 이사장이 올레길의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책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북하우스)을 냈다. 2008년 낸 첫 번째 책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이 올레길의 탄생 배경과 길에 대한 소개를 담았다면 이번 책은 올레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
서 이사장은 11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글 쓰는 게 지겨워서 책 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벌써 두 번째 책이 됐다”면서 “지난 2년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사연을 들었다. 그런 이야기가 너무 아까워서 책으로 엮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난생 처음 걸어본다며 꽃처럼 웃는 류머티스관절염 환자, 죽으려고 왔다가 올레길을 걷고 다시 살고 싶어졌다고 말하는 암환자, 이별여행을 왔다가 다시 단단하게 결합한 커플 등 올레길을 통해 치유되고 새로운 삶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부분 서 이사장이 함께 길을 걸으며 들은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이다.
그는 “이 책은 올레길 가이드북이 아니다. 그런 책은 벌써 많이 있고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다”며 “길에서 치유된 사람들,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길을 낸 사람들까지 올레길을 매개로 세 축의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올레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로 사람들이 엮어내는 올레길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올레길에서 사람들은 관계를 다시 찾고 서로 마음을 열어요. 길 위에서 진정한 부부로 다시 만나고, 한 집에서 수십 년 동안 나눈 이야기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제주 올레길은 치유의 올레이자 관계의 올레, 사랑의 올레입니다.”
책을 통해 독자는 올레길의 외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정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길을 낼 때 기계나 콘크리트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만든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에게 도움을 주고 관광객도 외갓집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민박을 생각해내고, 폐의류를 이용해 마스코트 인형 ‘간세’를 만드는 등 공정여행, 착한여행을 추구한다. 재능기부를 한 기업이나 길 하나를 통째로 개척한 특전사들의 이야기 등 올레길을 풍성하게 만든 사람들과 그들의 마음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 이사장은 올해 11월 9∼13일 예정된 제주올레 세계걷기축제 준비에 바쁘다. 그는 “내외국인 관광객, 지역주민이 다 함께 어울리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한껏 들떠 있었다.
서 이사장은 세 번째 책에 대한 구상도 마쳤다. 다음엔 음식 이야기란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제주음식이나 재료가 많이 있어요. 음식은 사람과 관계를 맺어주는 소통의 매개체이자 추억의 저장소입니다. 제주의 삶, 역사, 정서를 말하는데 음식은 중요한 요소지요. 얼마가 걸릴 진 모르겠지만 직접 음식도 해보고, 좋은 곳에 가서 먹기도 하고 그래볼 생각입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