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민간금융 ‘P2P’ 뜬다… 당국, 장점많아 제도권 흡수 검토

입력 2010-08-11 21:02


“엄마는 못하는 게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남편 채무보증으로 파산 면책을 받는 바람에 (불법) 사금융에서도 대출을 못 받고 있습니다.”

이달 초 금융사이트 팝펀딩에 ‘싱글맘’ A씨(32)가 사연을 올렸다. 사회복지시설에 다니는 그가 희망하는 대출금액은 300만원. 구구절절한 사연이 뒤를 이었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은 막내가 태어난 날 가출했다. 초등학교 1학년 큰아들이 두 동생을 돌봐준다. 지난 2월 보증금 500만원에 방 2개짜리 셋집으로 옮겼는데 바뀐 주인이 보증금을 올려 달라고 한다….’

그는 대출 조건으로 만기 2년, 이자율 연 25%를 제시했다. 월수입 157만원에서 월 평균지출액 112만원을 제한 여유자금 45만원으로 다달이 상환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제도권 금융기관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민간금융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 대출을 알선해주는 ‘P2P금융’과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제공하는 ‘클러스터 기금’ 등 과거 농촌의 ‘계’를 연상케 하는 서비스가 그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들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씨가 대출을 의뢰한 팝펀딩은 P2P금융 사이트다. 대출 희망자가 연이율과 금액을 제시하면 다수 투자자가 각각 1000∼9만9000원(연간 1000만원)까지 ‘십시일반’으로 투자한다. 대출 실적의 50%가 신용 10등급, 96.4%가 7∼10등급자다.

투자자들은 의뢰인의 조건을 보고 투표로서 대출심사를 한다. A씨의 경우 ‘잘 갚을 것이다’(36%), ‘못 갚을 것 같다’(64%)를 기록 중이다. 그의 대출 여부는 마감일(13일)에 결정된다.

P2P금융 사이트는 2005년 영국, 2006년 미국 등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머니옥션, 팝펀딩, 피투피머니, 펀딩마켓이 운영되고 있다. 머니옥션의 경우 대출금액 100만∼2500만원, 신청 이자율은 연 0∼36%이며 연체 시 연 39%가 적용된다. 2007년 하반기 184건(4억여원)에 불과했던 대출 실적은 올 상반기까지 1727건(72억4898만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환율은 96.6%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P2P금융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하는 제도권 금융기관의 허점을 메울 수 있다”면서도 “개인 간 거래인 만큼 사고 가능성도 높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쿱생협의 ‘클러스터 기금’은 규모(180억원)와 대출금액이 커 금융당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쿱생협은 9만7000여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최대 3000만원(연 5.5%)의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조합 가입과 탈퇴는 자유롭고 회비는 월 1만5000원 수준이다. 생협은 농협, 수협과 같은 협동조합 중 하나로, 소비자 중심의 협동조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협 기금은 상부상조를 중심으로 한 ‘계’와 비슷해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Key Word P2P ( peer to peer) 금융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개인 간 직접적인 금융거래를 뜻한다. 파산면책자 등 금융 소외자들의 대출이 가능해 ‘대안금융’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금융사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