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좌파” “프로 좌파”… 백악관 대변인, 진보에 독설

입력 2010-08-11 18:36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진보 진영을 향해 자극적인 표현을 써 설화(舌禍)를 일으켰다. 그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하루 동안 ‘반성 결근’을 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인 ‘더힐(The Hill)’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진보진영 인사들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보수와 타협적’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그들의 주장은 미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나는 그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같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다”며 “그들은 약물 복용 테스트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파가 좌파를 거칠게 공격할 때 사용하는 용어인 “프로페셔널 좌파”라고 지칭하면서 “그들은 캐나다식 건강보험을 도입하고 펜타곤을 없애면 아마 만족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데니스 쿠치니 하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치니 의원은 민주당에서 가장 진보 성향의 인물이다.

평소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논리적 용어를 구사하는 기브스 대변인이 이렇게까지 신랄한 표현을 사용한 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요즘 오바마 대통령을 몰아세우는 진보 진영에 대해 섭섭함이 쌓였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강경파들은 건강보험과 금융개혁, 이민정책 등 대표적인 정치 현안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어정쩡하게 보수세력과 타협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진보 블로거들은 일제히 웹사이트를 통해 기브스 대변인을 강력히 비난했다. 민주당 내 진보정치인 모임인 ‘의회 진보 코커스(CPC)’ 소속 케이스 엘리슨 하원의원도 “그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며 경질을 요구했다.

사안이 정치 쟁점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브스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세련되지 못한 발언이었다”고 사과했다. 또 이날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를 대신한 빌 버튼 부대변인은 “기브스 대변인은 기자 질문에 너무 솔직히 대답했다”면서 “그가 감기 때문에 결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집중 질문이 예상되고,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아예 결근한 것으로 보인다.

기브스 대변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서로에게 쌓인 섭섭함으로 인해 백악관과 진보진영 내 강경파 간 신경전은 계속될 것 같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