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잘하면 승진도 가능”… 美 일부 기업, 교육·생산성 향상에 활용 점수를 인사고과 반영도

입력 2010-08-11 18:31


뉴욕 멜빌의 전자부품 공급업체 애로 일렉트로닉의 직원들은 직장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게 일상적이다.



그들이 즐기는 게임은 애로 맥스(Arrow Max)라는 시뮬레이션 게임. 직원들은 게임 속 7가지 시나리오를 거쳐 고객을 디자인했다. 게임 도중 어려움에 처하면 가상 코치가 전술과 협상 전략에 대해 조언도 한다.

게임 제작자는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랜덜이었다. 그는 직원들의 훈련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게임을 이용하기로 했다. 게임을 통해 생산과 공급과정, 개별 고객의 특별한 수요 등에 대해 교육했다. 직원들의 훈련수행 정도는 점수로 기록됐다. 랜덜은 “게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가 어떤 일에 적합하고 유능한지를 가려낼 수 있다”면서 “게임의 점수는 (인사)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10일 일부 기업들이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비디오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업무에 게임을 활용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MS는 신제품 베타테스트(제품 출시 전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평가받기 위해 서비스를 공개하는 방법)에 게임을 접목했다. 커뮤니케이트 호프(Communicate Hope)라는 게임은 직원들이 새로운 채팅프로그램 ‘커뮤니케이터’의 서비스들을 테스트하면 점수를 얻도록 했다. 점수만큼 직원들은 돈을 받았고, 이를 재해구호단체에 기부할 수 있게 했다. 8000명 이상의 직원이 참여했다.

앞서 윈도 운영체제의 각 나라별 버전을 평가하기 위해 언어 퀄리티(Language Quality) 게임도 만들었다. 직원들의 여유 시간과 언어 능력이 테스트에 활용됐다. 게임 참가 직원들은 잡다한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높은 점수를 얻으려고 즐거운 경쟁을 벌였다.

MS 제품테스트 이사인 로스 스미스는 비디오 게임의 유용성에 한계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는 “회사의 유용성만을 고려하거나 직접적으로 업무수행능력 평가나 연봉과 연계한 게임을 만들 경우 직원들에게는 게임이 더 이상 게임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게임이 일상적인 작업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계적인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 ‘심시티’ 등을 디자인한 윌 라이트는 국제적 석유기업 셰브런에서 기술자가 아닌 직원들에게 정제소 운전방법을 심시티 형태의 게임으로 훈련시켰다. 라이트는 “머릿속 모델을 게임 속에서 테스트할 수 있게 했다”며 “게임을 통해 직원들은 좀 더 과학적인 운영 방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