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병합 무효입증 문건 나왔다… 우리측엔 순종 서명·날인없어

입력 2010-08-11 21:35

한·일 강제병합이 국제법상 무효임을 입증하는 문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서울대 이태진 명예교수가 일본 도쿄 국립공문서관에서 입수해 11일 공개한 ‘일본 측 한·일병합 조서’ 사진 자료에 따르면 1910년 8월 29일 일본 메이지(明治) 일왕은 한·일병합을 공포한 조서에 국새 ‘천황어새(天皇御璽)’를 찍고, ‘목인’(睦仁·일왕의 본명 무쓰히토)이라고 서명했다.

이는 같은 날 대한제국 순종황제가 반포한 조서(칙유) 원본에 국새가 찍히지 않았고, 이척(李拓·순종황제 본명)이라고 서명되지 않은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순종황제의 조서에는 행정적 결재에만 사용하는 ‘칙명지보(勅命之寶)’라는 어새가 날인돼 있다.

양측 조서의 형식 요건이 이처럼 상이한 것은 한·일병합이 순종황제의 승인을 거쳐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일본 측 주장을 뒤엎는 것으로, 국제법상 무효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 교수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0일 한·일 강제병합과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담화를 발표했지만 강제병합 조약의 원천무효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한국의 황제는 서명하지 않았는데 일본 측만 서명한 것은 상호간에 조서를 비준하지 못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한·일병합은 무효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일병합 당시 3대 조선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대한제국 총리대신 이완용에게 서명과 날인을 받아오도록 했고, 순종황제는 두 시간 이상 버티다 결국 ‘대한국새(大韓國璽)’라고 새겨진 국새를 찍고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서명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이번 자료 공개로 한·일 강제병합의 무효화 주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엄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