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사죄한 속내 뭐냐” 中언론, 日 담화에 강한 불만

입력 2010-08-11 18:21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0일 담화에서 한국에만 사죄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중국의 관영 언론들이 강한 불만과 함께 정치적 의도 등 의혹을 제기했다. 아직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는 중국 당국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1일자 1면 톱기사에서 ‘일본이 사과하는 시기는 매우 민감하다’는 제목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신문은 “일본은 중국과 한국을 침략했는데 한국에만 사죄의 뜻을 나타내고 중국엔 아무런 태도도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1995년의 무라야마 총리 담화 때는 아시아 이웃나라에 사과했다는 사실을 적시한 뒤 “일본이 한국과 다툼을 멈추고 단독으로 중국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냐, 심지어 일본과 한국이 연합해 중국에 대처하는 전환점을 삼겠다는 것이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국제논평을 통해 “일본이 이번 사과로 한국과의 관계를 가까이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사과는 행동이 더 중요하며 반성에는 공통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신경보는 ‘일본에서 사과해야 할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는 논평을 통해 “일본이 이번에 한국에만 사과한 건 동북아의 현실정치 환경의 변화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과는 단지 역사를 현실정치의 도구로 여기는 것이란 의혹을 갖게 한다”면서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완화하는 동시에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해선 새로운 불신감을 증가시켰다”고 덧붙였다.

경제관찰보는 ‘일본 총리의 한국에 대한 사과 배후엔 미국이 있다’는 논평을 싣기도 했다. 랴오닝(遼寧) 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연구원은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중국과 한국을 구별해 대하는 것은 미·일·한 동맹과 유관하다”면서 “중국의 지역 영향력을 제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