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매력 잃은 보금자리… 미달사태 예고

입력 2010-08-11 18:21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에게 싼값으로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 이르면 10월 말 사전 예약이 예정된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5곳)의 경우 주변 집값 하락으로 예상 분양가가 인근 주택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늬만’ 서민아파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주변 시세보다 최소한 15%까지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인근 지역의 아파트 시세는 지난 3월보다 평균 3% 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주변 지역 시세를 직접 파악한 결과 집값 하락세는 낙폭 차이가 두드러진 곳이 많았다. 11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주공5단지. 올 초 2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던 59.3㎡형의 매매가는 1억9000만원선으로 떨어졌다. 3.3㎡당 792만원으로 인근 광명동과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 들어서는 3차 지구의 정부 추정 분양가(시세의 85%선)가 3.3㎡당 1003만원임을 감안하면 21% 정도 낮은 셈이다.

또 다른 보금자리주택 예정지구인 서울 항동지구도 비슷하다. 항동 동삼파크(72.7㎡)는 1억7500만원에 거래되면서 3.3㎡당 920만원 수준으로 추정 분양가(1150만원)보다 15.2% 정도 낮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서민들을 위해 싼 아파트를 짓는 건 필요하지만 이렇게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제대로 분양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 인근인 서울 마천동 금호 어울림아파트(82㎡)는 3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3.3㎡당 1400만원을 기록, 추정 분양가(1353만원)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성남시 고등지구의 경우 인근 수진동 삼부아파트(82.6㎡)는 2억90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3.3㎡당 1120만원으로 추정 분양가(1017만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기 및 입지 여건을 따져볼 때 시범지구나 2차지구에 비해 3차지구에 대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세 영향으로 선호도가 낮아질 것”이라며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두고 성남시와 광명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조정이나 계획 발표 일정 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역별로 분양가와 공급물량 조절을 통해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3차지구에 대한 지구계획 지정 절차를 준비 중이며,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면서 “최소한 주변 시세의 85%까지 분양가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성남=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노자운 선미경 이근희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