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잠잠한 박근혜… 8월 15일 육여사 추도식 발언여부 촉각
입력 2010-08-11 21:28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의 등장으로 여권의 대권 판도가 요동치고 있지만 차기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전히 조용하다.
박 전 대표는 11일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지냈다. 측근은 “15일 열리는 육영수 여사 36주기 추도식까지 별다른 일정 없이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간간이 근황을 알리던 트위터도 이달 들어서는 뜸한 모습이다. ‘대선 가도에 위기가 왔다’는 각종 분석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왜일까. 친박계 허태열 의원은 “대통령이 소신껏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나 있겠다는 기존 스탠스에서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상찬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외부 환경 변화나 정치적 흐름을 보고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는 정치인이 아니다”며 “오로지 본인의 정치적 스케줄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각이 기존 입장을 바꿀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느긋한 박 전 대표와 달리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한 초선 의원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내각에 들어오고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면 압력도 많이 들어올 것”이라며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도 하나 둘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전 대표가 공식 타이틀 없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2012년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18대 때와 같은 무더기 낙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도 읽힌다.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대로 차기 주자 중 수위지만 지지율이 늘지 않고 빠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또 박 전 대표가 갖고 있는 구상과 비전을 대중에게 알리고, 차기 유력 주자로서의 면모를 확인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군과 측근들의 입장차가 처음은 아니다. 2007년 경선 때도 박 전 대표는 대선 행보 시기를 놓고 측근들과 생각이 달랐다. 참모들은 2006년 6월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대선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조기에 대선 분위기가 가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해 연말에야 비로소 움직였다.
따라서 대선이 2년반이나 남은 현 시점에서 박 전 대표가 차기를 향해 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박 전 대표가 의정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좀 더 두고 보자”고 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