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사라진 정동영, “화려한 날은 가고…” 정세균에 지역위원장 절반이상 뺏겨

입력 2010-08-11 21:28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탄탄한 조직력을 무기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2년반이 지난 최근까지도 여전히 그에겐 ‘강한 조직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측근들은 손사래를 친다. 한 측근은 11일 “대선 이후 조직이 사실상 와해됐다”며 “이제 ‘조직의 정동영’이라는 말은 제발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고문 측은 당권 예비주자 ‘빅3’ 중 조직력은 최약체라고 자평한다. 전체 245개 지역위원장 수로 보면 정세균 전 대표가 80명, 손학규 전 대표가 70명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정 고문은 30명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손 전 대표와 정 전 대표가 각각 2004년 총선과 6·2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자기 사람’을 많이 만들었다는 게 정 고문 측 주장이다. 정 고문 측의 한 인사는 “대선 당시 가장 열정적으로 도왔던 영남 지역위원장들을 최근 만났는데, 이미 정 전 대표 측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석이 엄살만은 아니라는 게 당내외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각에선 10월 치러지는 전당대회가 ‘손학규의 바람과 정세균의 조직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실제 조직력에서 열세인 정 고문 측은 대의원 투표로 결정하는 현행 당대표 선출방식을 전당원투표제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정 고문 측은 조직력의 열세를 당원과 대의원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만회하겠다는 구상이다.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담대한 진보’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기호 변화에 부응하고, 지난 대선 패배와 탈당 전력에 대해서는 반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 고문이 “참여정부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지 못한 것도 현직 대통령과의 갈등이 두렵고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반성문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화려한 명성’을 뒤로 한 정 고문은 과거와 달리 대의원들이 지역위원장의 성향보다는 자율의지로 투표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는 점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 정 고문 측은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돼 있다. ‘시사IN’이 지난 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민주당 대의원 206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 고문은 26.5%의 지지를 얻어 1위인 손 전 대표 28.1%에 근소한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장희 기자 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