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8·15 경축사 내용 고심… 집권 후반기 비전 담는다
입력 2010-08-11 18:18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 담을 내용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일 저녁 관련 수석비서관들과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경축사 내용을 점검했고, 이번주 후반기에도 공식 일정을 최소화한 채 경축사를 가다듬을 예정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이번 경축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임기 반환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집권 후반기의 비전을 선보여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뉴 스타트(New Start·새로운 출발)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축사는 크게 세 가지 분야가 핵심으로 구성될 듯하다. 친서민 민생정책, 대북 제안, G20 정상회의와 4대강 사업 등 집권 후반기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서민 정책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해 온 미소금융과 보금자리주택 등 각종 친서민 중도실용 민생정책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대북 제안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획기적인 대북 제안을 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북한에 천안함 사태 사과와 핵 포기 의지 천명을 거듭 촉구하는 한편 한국이야말로 북한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임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큰 틀에서 원칙적인 부분들을 짚게 될 것”이라며 “갑자기 남북관계 기조를 선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의 10일 ‘식민지 지배 사과 담화’에 대한 입장도 고심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간 총리의 담화에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화답하는 형식을 취한다는 데 양국 정부가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간 총리의 담화가 기존 일본 정부 입장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고, 올해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인 만큼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미다.
또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입장 표명도 경축사에 포함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젊은층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임기 첫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키워드로 제시했고,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더 큰 대한민국’을 기치로 중도실용과 정치개혁을 제안한 바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