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수사 부실 논란 왜?… ‘증거’ 조기확보 못하고 뒷북 압수수색

입력 2010-08-11 21:33


검찰의 수사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3명만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일단락되면서 부실 수사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청와대 등 이른바 윗선 또는 비선 의혹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국민들은 공권력이 민간인을 사찰하는 국가적 범죄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남김없이 파헤쳐 줄 것을 기대했으나 검찰은 진상 규명에 실패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내세운 윗선 의혹 파악불가 이유는 증거인멸과 관련자의 혐의 부인이다. 형사처벌을 하려면 물증이 있거나 당사자 또는 참고인의 진술이 나와야 하는데 청와대와 관련된 진술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무엇보다 결정적 범죄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증거를 조기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질책을 듣게 됐다. 검찰이 민간인 불법 사찰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린 시점은 지난달 5일이다. 총리실은 이날 자체 조사를 통해 이인규 지원관, 김충곤 점검1팀장, 원모 조사관이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세 사람을 직위 해제했다.

검찰의 지원관실 압수수색은 특별수사팀 구성 나흘 뒤인 지난달 9일 실시됐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핵심 증거가 이미 지워진 뒤였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6일과 7일에는 김 전 대표와 참고인을 불러 조사하느라 압수수색이 늦어졌다. 하드디스크는 그보다 앞선 총리실 자체 조사 시점에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결과적으로 중대한 범죄 증거 확보에 실패했고,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의혹도 증거가 없어 더 이상 수사 진전이 어려웠다고 11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밝혔다.

검찰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어려움이었던 관련자 진술 확보 실패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본인들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데 관련자들이 순순히 입을 열지 않는 것은 수사 대상자의 기본적인 태도다. 증거 확보에 실패한 검찰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이 전 지원관, 진모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등 청와대 윗선 의혹 당사자의 입에 의존한 셈이다.

검찰은 이 전 지원관을 모든 것을 주도한 몸통으로 사실상 결론내렸다. “이 전 지원관이 직속상관이었던 김모 전 총리실 사무차장(작고)에게 개략적으로 업무 내용을 보고한 게 상부 보고의 전부”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에 대한 지원관실의 ‘봐주기 사찰’ 의혹 등 각종 고소·고발 사건들이 형사1부에 맡겨지는 등 특별수사팀도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