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 미국 FOMC 발표 시각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제거… 큰 악재 되지 않을 것”

입력 2010-08-11 21:22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미 경기회복세 둔화를 공식화한 것에 대해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및 세계경제에 중장기적인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 경제 최강국의 경기 둔화가 단기적으로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사안인 데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 경기회복세는 미국보다 훨씬 탄탄한 만큼 이번 발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 경기 둔화로 금리 조정 등 본격화한 국내 출구전략 시행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 불투명성 제거”=FOMC의 발표가 난 뒤 11일 우리나라 증시와 환율 시장은 출렁거렸다. 그러나 이 같은 불안정성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리서치센터장은 “‘아랫목(미국)이 좋아져야 윗목(한국)도 좋아질 텐데’ 하는 경계심리에 따른 것으로 (오늘의 시장 결과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미 경제당국이 FOMC 발표 이후 경기부양에 계속 나설 것이라는 게 확실시되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없어지는 긍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황인성 상무도 “FOMC 발표는 세계 경기의 하강 리스크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나왔기 때문에 각국이 예측 가능한 경제조치를 취할 수 있는 효과를 안겨줬다”고 언급했다.

◇한국 경제 영향 미미, 출구전략에는 다소 영향 줄 듯=그동안 미국이 기침하면 우리는 쉽게 독감에 걸렸다. 미국의 경제 영향력은 그만큼 막강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한국의 경제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번 FOMC 발표가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우리 경제의 튼튼한 체질을 자신해서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호조를 보인 제조업 가동률과 꾸준히 증가하는 설비투자 등으로 국내 경기는 하반기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연 센터장은 “미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량을 확대하면 신흥시장인 국내로 자금이 유입돼 경기회복에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출구전략 등 우리 경제정책의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황인성 상무는 “우리는 미국과 달리 물가상승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FOMC 발표가 금리인상 등 우리의 출구전략을 제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미국이 경제가 둔화된다며 양적 완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은 리스크는 중국 경기=미 경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세계의 시선은 중국 경기둔화 여부로 쏠려 있다. 하지만 유럽·미국에 이어 중국발 경제악화 우려도 중국 당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실장은 “중국의 경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상반기처럼 두 자릿수의 고속성장을 하진 못하겠지만 중국 당국이 과열경기의 부작용을 차단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추세를 마련하려는 과정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고세욱 백민정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