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희생자들, 그들의 숭고한 삶을 조명하다

입력 2010-08-11 18:07

[미션라이프] 탈레반의 의해 희생된 국제지원단(IAM) 소속 10명의 의료진들은 헌신과 희생, 그리고 죽음으로 하나됐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세상 끝이자 참혹한 땅인 아프간을 위해 그들의 모든 것을 바쳤다.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은 11일, 이들의 숭고한 삶을 조명했다.

IAM의 실무책임자 더그 프랜스는 “안전에 대한 강조를 여러 차례 했지만 팀 리더였던 톰 리틀은 오히려 가진 장비가 약해 실망했었다”고 전했다.

사망한 쉐릴 버킷의 부친은 “이들은 매우 명석한 사람들이었다”며 “이들은 위험 지역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단기여행을 떠난 나이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IAM은 탈레반 공격에도 불구하고 진료 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 단체는 이번 공격을 ‘아프간에서 일어난 민간인 공격 중 최악의 범죄’로 불렀다.

공격을 당했던 의료진은 아프간 동북부 누리스탄에서 3주간 일정을 마치고 귀환하던 길이었다. 이중에는 안과의사 톰 리틀(61)과 댄 테리(64)라는 노련한 아프간 전문가도 포함됐다. 모두 70년대 아프간에 도착했던 사람으로 톰과 리비 부부는 세 딸을 아프간에서 낳고 길렀다.

리틀은 그의 안과캠프에서 탈레반 군사와 조우한 경험이 많았다. 리틀은 항상 식염수병을 들고 다녔는데 이는 탈레반 병사가 눈이 아프다고 호소하면 식염수로 적셔 눈의 고통을 짧은 순간이나마 해소했다는 것이다.

희생자 다수가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단체에서 일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이들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탈레반이 주장하는 것처럼 스파이 활동이나 포교행위를 했던 사람들은 아니라고 부정했다.

IHT는 사망한 쉐릴 버켓의 부친의 말을 인용, “이들은 예수의 손과 발이 되려고 했던 사람들이지 예수의 입이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사망한 의료진 가운데는 아프간 이외에도 오지 의료봉사를 떠났던 사람들이 있었다. 토마스 그램스 박사는 에베레스트산 중턱까지 치과장비를 야크에 매달고 올라가 치료하기도 했고, 아프간에서는 부르카를 입은 여인의 이를 치료하기 위해 협상하는 법도 배웠다.

그는 미국 콜로라도 두랑고에서 잘 나가는 치과 전문의였다. 그가 병원을 그만둔 것은 글로벌치과구제(GDR) 설립자인 로리 매튜를 만나서면서다. 로리에게 치통에서 풀려난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숱한 사례를 들으며 이에 헌신하게 된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 변을 당한 영국인 의사 캐런 우 박사 역시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의사가 되기 전 서커스단에서 일했다. 16세 때 현대 무용을 배웠던 그녀는 비행기 날개 위에서 공연하는 곡예사(wing-walker)였다. 주홍색 고공낙하용 옷을 입고 쌍엽기를 탔다. 아래 날개에서 윗 날개로 올라가는 묘기 등을 선보였다. 그러다 22세 때 의과대학에 진학했고 호주를 비롯한 파푸아 뉴기니, 남아프리카공화국, 서인도제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트리니다드섬과 토바고섬 등으로 의료 봉사를 자원했다. 2년 전에는 카불의 한 친구를 만난 이후 연봉 15만달러(1억8000만원) 의사직을 버리고 카불로 날아갔다.

독일 출신 다니엘라 베이어(35)는 목회자의 딸로서 IAM이 사역했던 지방의 페르시아 방언인 다리어(語)에 능통했다. 비트겐스도르프의 독일교회협의회 의장 피에르 그로세는 그녀를 일컬어 ‘교과서 내용을 아프간 언어로 통역할 수 있는 매우 신앙심 깊은 여인’으로 회고했다. 그로세 의장은 “다니엘라는 부끄러움을 좀 탔고 자신을 위해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망한 두 명의 아프간인 가운데 한 명인 아흐메드 자웨드(24)는 요리사였다. 그는 하루 20달러의 일당을 받았고 의료봉사 여행으로 추가 비용을 벌었다. 그는 아내와 세 자녀, 친척을 위해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었다. 그는 가족에게 매우 헌신적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수집했던 500개의 오디오테이프를 처분해 그 돈으로 결혼과 피로연을 열 정도였다.

마흐람 알리(51)는 한 달에 150달러의 봉급을 두 장애인 아들을 키웠다. 자웨드의 형 압둘 배긴은 탈레반 살인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들은 신앙이 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내 형제를 어떤 판단도 없이 죽였다. 한 마디 얘기조차 하지 않은 채 살해했다. 그들은 인간도 아니고 무슬림도 아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