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윤호] 이재오 의원과 중소기업 인력난

입력 2010-08-11 17:47


7·28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 데 이어 입각까지 하게 돼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이 뜻하지 않게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졸업생들에게 중소기업이나 지방공단에서 1∼2년 일하게 한 뒤 대기업 입사 자격을 주고, 재수생들에게는 공장이나 농촌에서 1∼2년 일하면 그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정권 실세라는 유력 정치인의 말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황당한 발언”이라며 연일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들은 이 의원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것을 들어 국회의원 재수생인 이 의원도 공장이나 농촌에서 일 하지 않고 왜 다시 출마했냐고 공격했다. 이 의원은 급기야 트위터를 통해 “덮어놓고 욕만 할 게 아니라 일자리 문제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뜻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고용시장 구조적 문제 여전

이 의원의 발언은 그의 해명대로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데 청년층은 일자리가 없다고 호소하는 고용시장의 미스매칭에 대한 해결책을 고심하다 나온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통계청의 어제 발표에 따르면 7월 취업자수는 47만3000여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4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는 등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청년 실업률은 8.5%로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가 지난달 말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올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당초 2만4000명에서 지난해 수준인 3만4000명으로 1만명 더 늘리기로 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를 시행하면서 2007년 10만9000명, 2008년 13만2000명 등 매년 쿼터를 꾸준히 늘리다가 2009년 3만4000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아 취약계층과 청년층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쿼터를 줄인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3D업종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아우성쳤다. 중소기업들의 우려대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갈 자리에 국내 인력이 대체 투입되지 못했다. 결국 올 상반기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은 3.8%(25만2000명)로 전년 동기보다 0.8% 포인트 증가했다.

중소기업 인력난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전문계고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요즘 전문계고 학생들은 취업보다 진학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전문계고 졸업생의 73.5%가 대학(전문대 포함)에 진학했다. 1990년 진학률이 8.3%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이러니 전문계고가 기능인력을 공급하지 못하고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대입 준비생들만 키우고 있다. 지난해 전문계고 학생 수도 48만여명으로 1990년(81만여명)의 59%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계고에 외국인 학생을

정체성이 흔들리며 무용론까지 나오는 전문계고의 새로운 위상을 찾기 위해 정부가 지난 5월 ‘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이라는 전문계고 혁신안을 내놓았다. 전문계고(691개)와 특성화고(168개)를 특성화고로 일원화해 350개로 줄이고 현재 21개인 마이스터고를 2015년까지 50개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내놓은 한국교총의 지적대로 학벌 중심의 사회 구조와 인문 교육 위주의 정부 정책 등이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방안이 실효를 거두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계고를 살리는 방안으로 동남아 등 외국인 학생을 장학생으로 입학시켜 기능 인력을 양성하면 어떨까. 이에 필요한 예산은 현재 국민총소득의 0.1%에서 2015년까지 0.25%(3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하면 될 것이다. 대학에 못가면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계고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로부터 좋은 자극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윤호 논설위원 kimy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