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사찰 수사 국민이 납득하겠나

입력 2010-08-11 17:44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해 검찰이 11일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관련자 3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비선 보고를 받고 사찰을 지시한 ‘윗선’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소를 면했다. 요컨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단독 범행이라는 모양새로 되어 가고 있다. 총리실 자체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핵심 부분 수사가 이렇게 미흡해서야 부실 수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검찰이 총리실의 수사 의뢰를 받고 나흘이나 지나서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관련자들의 자택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경위야 어찌 됐건 압수수색이 늦어짐으로써 관련 정보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들의 훼손을 막지 못했다. 혐의를 입증할 유력한 방법이 없어짐으로써 수사는 앞으로 나가기 어렵게 됐다. 검찰이 이를 선진국민연대와 영포라인이라는 권력 비선을 장악한 핵심 인사들과 대결을 피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불법 사찰 사건은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가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일에 대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한 데서 비롯됐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된 지 두 달도 안 된 같은 해 9월 익명 제보가 들어왔다는 관련자들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하드디스크를 의도적으로 훼손해 증거를 인멸한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동영상 게재를 인지하게 된 경위와 자료를 훼손한 이유를 철저히 추궁했어야 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뿐 아니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부인 고소 사건과 정두언, 정태근 의원의 동향에 대해서까지 탐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무소불위의 사찰기관이었던 셈이 된다.

검찰 수사가 권력 주변의 짙은 그림자를 걷어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금까지는 용두사미다. 이 정도로는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 사건 실체와 배후를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